[아시아경제 안하늘 기자]SK브로드밴드(SKB)가 인터넷ㆍ인터넷(IP)TV 설치 업무를 담당하는 103개 협력업체 5200여명의 직원을 자회사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사업장을 잃게 되는 협력업체 대표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협력업체 대표 "인력 빼내기, 법적 조치할 것" = SKB 전국센터협의회(협의회)는 22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설명회를 갖고 "SKB는 고객센터와의 어떠한 사전협의도 없이 현재의 계약 갱신을 거부했다"며 "업무 방해, 부당거래, 공정거래법 위반 등으로 문제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년간 설치 업무를 위탁 방식으로 운영해 온 SKB는 오는 23일 이사회를 열어 회원 유치와 인터넷망 설치, 사후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 설립을 의결할 계획이다.
협의회는 "그동안 위탁업체가 교육훈련비를 부담한 핵심인력을 신규채용 방식으로 빼가려는 건 위탁업체의 업무를 방해하고 각 지역 센터를 고사시키려는 의도"라며 위탁업무 재계약 거부에 대한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이들은 SKB가 주장하는 설치기사들의 고용 안정성이나 고용 조건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협의회는 "전국 고객센터 전 직원은 이미 정규직화 되어 고용이 안정됐으며 올해 4~5월에 진행된 서울시 특별조사에도 확인됐다"며 "SKB 자회사나 고객센터나 결국 SKB의 하청업체이며 SKB로부터 수수료를 받아 임금 등을 지급하기 때문에 동일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SKB가 고객센터 직원을 자회사로 채용하는 배경에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문재인 정부 들어서 고용안정성 제고를 강조하자, 최태원 회장에 수사 및 SK그룹의 갑질행위에 대한 불이익 처벌이 염려되어 이를 모면하려는 술수"라며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호응은 못할망정 대기업 그룹 회사 일감몰아주기를 통해 76개 중소기업의 숨통을 끊고 있다"고 말했다.
◆SKB "현 상황에서 최선의 결정" = 이에 대해 SKB는 현 인터넷, IPTV 시장을 고려한 최선의 결정이라는 주장이다. SKB에 따르면 초고속 인터넷과 IPTV의 가입자 순증세가 2014년을 기점으로 감소하고 있다. 지난해 초고속인터넷 가입자 순증 규모는 2014년 대비 29%, IPTV는 35%씩 각각 줄었다.
기존 시장이 포화상태에 임박한 가운데 SKB가 홈 사물인터넷(IoT) 및 인공지능(AI) 등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고객과 최접점에 있는 센터 업무를 내재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SKB에 따르면 고객센터 직원들의 평균 퇴사율은 20%에 달한다. 또 업체별 고객중심 마인드나 서비스 역무 수행 수준도 상이했다. 그만큼 본사에서 추진하는 과제를 일사분란하게 뒷받침하기도 어려웠다.
이 대표는 "향후 렌탈, 보안, 홈 IoT 등 사업영역 확장을 통해 그룹 내 홈 비즈의 허브 역할을 지향하면서 제2의 성장 기반을 마련하지 않으면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SKB는 그동안 홈센터를 운영해 온 사업주들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자회사 센터장으로 재고용 ▲영업 전담 대리점 운영 ▲회사 관련 유관사업 기회 부여 ▲그동안의 기여에 대한 보상 등을 제공할 방침이다.
◆설치기사 "비정상의 정상화" = 한편 SKB 고객센터의 설치기사들은 SKB의 직접고용 발표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SKB 비정규직 지부는 "주당 60∼70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강요받았다"며 "긍지와 자부심, 책임성을 가지고 이용자들에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원청으로의 직접고용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간 외주업체 사장들은 재하도급, 개인도급으로 다단계하도급 구조를 만들고 장시간노동, 저임금, 근로기준법 위반 등 온갖 부조리한 행태를 자행해왔다"며 "원청이 외주업체와 해당 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지배해 왔음에도 사용자 책임은 지지 않았던 것을 직접고용을 통해 책임을 지겠다는 것으로, 이는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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