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입주 물량 증가·금리인상·가계대출규제가 변수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문재인 정부의 출발과 함께 주택 매매·분양시장이 모두 들썩이고 있다. 문 정부가 부동산시장 활성화 대신 주거복지에 방점을 찍은 만큼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이 빗나갔다. 다만 아직 구체적인 부동산 정책이 공개되지 않은 데다 하반기 입주 물량 증가 등의 변수가 남아 있어 속단하기는 이르다.
22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16~18대 정권 출범 첫해 전국 아파트 매매변동률은 부동산 정책의 성격과 달리 움직였다. 전국 아파트 매매변동률은 일종의 '호가'로 기대심리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정권 1년차에 부동산 가격이 뛴 정부는 유일하게 부동산 규제를 들고 나온 노무현 정부(참여정부·2003년)였다. 당시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13.36%나 상승했다. 반면 규제를 풀어 부동산시장 살리기에 집중했던 이명박 정부(MB정부·2008년)와 박근혜정부(2013년)는 각각 1.46%, 0.29% 하락했다.
취임 100일로 기간을 더 좁혀보면 참여정부 100일간 전국 아파트 매매변동률이 4.82%로 가장 높았고, MB정부와 박근혜정부는 1.84%, -0.07%로 뒤를 이었다. 당시 정부가 내건 부동산 정책의 성격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것이다. 지난 정권의 부동산 경기, 대내외 경제 여건 등이 정권 초기의 부동산시장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볼 수 있다.
허윤경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당해 정권의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면서 "전 정권의 시장 상황이나 정책적인 영향이 초기에는 오히려 더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참여정부는 2002년 아파트 매매변동률이 22.87%에 달했을 정도로 시장이 과열된 상황에서 출범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직후의 김대중 정부가 주택시장 정상화를 기조로 내걸며 규제를 완화하는 영향을 고스란히 받은 것이다.
참여정부의 규제로 집값 안정기에 시작한 MB정부는 규제 완화로 첫해 초반 주택 가격이 상승하기도 했지만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 시장 약세의 여파로 하락 마감했다. 출범과 동시에 세제감면 등 규제를 풀기 시작한 박근혜정부 역시 시장이 탄력을 받지 못했다.
규제를 들고 나온 문 정부의 부동산시장 출발은 나쁘지 않다. 특히 재건축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서울 강남권이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0.24% 올라 11·3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인 지난해 10월21일(0.24%)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높은 주간 상승률을 보였다. 재건축 아파트의 평균 상승률은 0.36%로 이보다 높았다.
사실상 조기 대선 후 처음으로 열린 분양시장도 후끈 달아올랐다. 지난 주말 문을 연 견본주택 7곳에는 15만명이 넘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번 주에도 14곳의 견본주택이 문을 열고 분양에 나선다.
과거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에 정치적 불확실성 제거,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된 결과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거 정부에서 10여년 가까이 규제를 풀었던 효과가 이제 나타나고 있다"면서 "문 정부에서 규제 강화 정책으로 간다고 해도 시장에 영향을 미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하반기 입주물량 증가와 금리 인상,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가계부채총량제 등 가계대출 규제가 변수로 거론된다.
임병철 부동산114 책임연구원은 "하반기부터 경기도권 입주물량이 많이 늘어나는데 이 점을 무시하지 못할 것 같다"면서 "대선 이후 분양시장 분위기가 좋은데 시간이 지날수록 입지 등 상품성이 떨어지는 분양단지가 나올 수 있는 만큼 상황을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김덕례 선임연구위원은 "문 정부의 대표적인 부동산 공약인 공적 임대주택 17만가구 공급, 연 10조원 규모의 도시재생 중심의 뉴딜사업 등이 실현되면 큰 폭으로는 아니더라도 그 지역의 가치 상승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가계부채총량제를 들여다보면 소비자 관점에서 부채 탕감이나 채무 조정이 있는 만큼 구체화된 정책에 따라 하방리스크 강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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