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사드 해빙 기대…1분기 라면·인삼 등 중국 수출↑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오리온의 초코파이 등 점진적 회복 분위기
[아시아경제 이선애 기자] 한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DD)배치에 따른 중국 정부의 보복에도 입맛은 바뀌지 않았다. 보복조치였던 '금한령' 시행 두달이 지나면서 한국 화장품이나 관광산업이 큰 타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지만 식음료 분야는 예상외로 견조했다. '입맛'은 바뀌지 않는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과 중국 정부간에 다시 훈풍이 불면서 사드 해빙에 대한 식품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라면, 인삼 등의 중국 수출은 전년동기대비 100% 넘게 증가했다. 전체 축산, 식품 부문의 중국 수출액이 전년동기대비 7.4% 증가한 2억4000만달러를 기록한 가운데 라면과 인삼이 성장을 이끈 것이다.
특히 3월 라면 전체 수출액은 3420만달러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특히 삼양식품의 수출 실적이 이목을 끈다.
올해 1분기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수출액(전세계)만 450억원을 기록했다. 5월 이후에는 누적 수출액이 지난해 전체 수출액(7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불닭볶음면의 주요 수출국은 중국으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인삼·홍삼 판매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KT&G의 자회사 KGC인삼공사가 스틱형 포장으로 먹기 쉽게 만든 '홍삼정 에브리타임'이 중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중국인들이 인터넷쇼핑으로 대량 구매할 정도다.
2014년 10월 출시한 '정관장 황간천(皇肝天)'은 아예 중국인을 겨냥해 내놓은 상품이다. 독주(毒酒)를 즐기는 성향을 고려해 간 건강 기능성을 특화한 제품으로 식약처에서 인정한 밀크시슬(엉겅퀴 추출물)을 첨가했다.
식품업계는 "라면은 중국 현지업체들과 비교해 맛 경쟁력이 월등하고, 인삼·홍삼의 경우 건강식품 특성상 국제적인 갈등과 무관하게 만족도가 높아 사드 보복에서 자유로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식품업계도 '해빙' 움직임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내 '반한(反韓)' 분위기가 고조됐을 때 급감했던 한국산 음료와 과자 등의 중국 내 수요가 조금씩 늘고 있기 때문이다.
빙그레의 바나나맛우유는 중국 현지 발주량이 최악 수준에서 벗어나 현재 회복되는 단계로 전해졌다. 초코파이 등을 중국에서 생산·판매하는 오리온도 3월 정점을 거쳐 4월 이후 진정됨에 따라 실적도 점진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업체들은 "새 정부 출범과 함께 한중 관계 개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실적 회복 속도도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꼬일대로 꼬인 사드 문제를 푸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더불어민주당이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온만큼 새 정부 출범이 경색된 한중관계에 변화를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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