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홈쇼핑, PC 강제오프제 도입…백화점·제과 등도 유연근무제 등 잇따라 추진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매월 셋째주 수요일 오후 5시. 사내방송을 통해 퇴근 독촉이 시작된다. 이어 사내에는 여전히 퇴근하지 않는 직원들을 단속하는 감시반이 나타나 사진 촬영과 경고조치가 내려진다. 한 달에 한번 서울 양평동 롯데홈쇼핑 사옥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5년 경영권 분쟁 이후 기업문화 혁신에 착수하면서 롯데 계열사들의 조직문화가 대폭 바뀌었다. 그룹 전체에는 유연근무제가 도입됐고, 일부에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각종 수단과 방법이 동원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4일부터 개인용컴퓨터(PC) 강제오프 제도가 시행 중이다. 지난 1월부터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유연근무제'를 도입한 뒤 퇴근시간 소득과 정시퇴근 사내방송 등 PC오프제도 도입에 따른 애로사항을 줄이기 위한 단계를 밟아 전면 도입된 것이다. 물론 24시간 생방송이 진행되는 방송부문과 임원진은 PC오프 대상에서 제외됐다.
롯데 유통 계열사 맏형인 롯데백화점도 지난해부터 유연근무제를 도입하고 오전 8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얼리버드형'과 오전 9시~오후 6시 근무인 '스탠다드형', 10시에 출근하는 '슬로우 스타트형' 중 한 가지를 선택하도록 했다. 롯데마트는 현재 직원들을 대상으로 유연근무제 유형을 선택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며 이달 말부터 본격 도입할 계획이다. 이들 계열사 모두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오후 5시에 퇴근해 저녁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가족사랑데이'도 시행 중이다.
출퇴근 제도만 도입한 것이 아니다. 참여율이 높은 임직원에게 포상도 주면서 자발적인 참여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제과의 경우 정시 출퇴근과 연차사용 장려 등 조직문화개선을 노력한 임원과 그렇지 않은 임원을 뽑는 '이달의 근린임원' 제도를 시행중이다. 매달 그린임원(우수)과 옐로우(보통), 레드(나쁨) 임원이 선발돼 사내에 게시된다. 롯데홈쇼핑은 지난 1월 조직문화개선팀을 신설하고 매주 가족사랑데이와 홈데이에 정시 퇴근하는 팀 전체에 선착순으로 선물을 제공하고, 휴가 쓸 때 사유 쓰지 않기, 분기마다 연차 사용율이 높은 팀에게는 회식비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그룹의 한 직원은 "신동빈 회장이 조직문화 개선을 약속한 이후 확실히 사내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PC강제오프제 시행초기인 만큼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무량은 그대로인데 PC가 저절로 꺼지면서 당일 업무를 처리하지 못할 경우 다음날 업무에도 차질이 생기는 탓이다. 롯데 관계자는 "처음에는 너무 좋았는데 요즘은 컴퓨터가 꺼지기 전에 업무를 마쳐야 한다는 부담감이 스트레스"라고 호소했다.
다만 앞서 PC 강제오프를 시행한 유통업체에선 '칼퇴근'이 자리잡은 모습이다. 현대백화점은 2014년부터 오후 6시면 어김없이 PC가 자동으로 꺼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도입한지 2년이 넘다보니 PC오프에 맞춰 업무를 컴팩트하게 하려는 움직임이 생화화된듯하다"고 전했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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