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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을 읽다]정신병 강제입원, 20년 만에 인권 앞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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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보건법 개정안 30일부터 시행

[건강을 읽다]정신병 강제입원, 20년 만에 인권 앞에 서다 ▲정신병원의 강제입원 요건이 강화된다.[사진=아시아경제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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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인권과 정신병 사이에 우리나라는 서 있습니다. 개정된 정신보건법이 오는 30일 시행에 들어갑니다. 20년 만에 관련법이 바뀌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정신병과 관련해 국제단체로부터 '강제 입원'이 지나치게 많다는 지적을 받아왔죠. 본인 동의 없이 강제 입원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인권이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어 국제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기도 했습니다. 개정된 정신보건법은 이 같은 지적에 따라 국제기준의 정신병 관련 입원 절차가 마련됐습니다.

정신병은 특별한 사람한테만 발병하는 질환이 아닙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습니다. 2011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를 보면 우리나라의 정신 장애 1년 유병률은 인구(18~74세)의 16%인 약 578만 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전 국민의 1%를 중증 정신 질환자로 추정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제 입원' 등의 비인격적 입원은 차단하고 특별한 병이 아닌 일반 질환이란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신질환 개념 바꾸고 차별 없애=개정되기 이전의 법은 정신질환자에 대한 개념을 포괄적으로 봤습니다. 지나치게 추상적이어서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의 개념이 강했습니다. 개정 전 정신질환자 개념은 '정신병·인격 장애·알코올과 약물중독 기타 비정신적 정신장애를 가진 사람'으로 정의했습니다. 정신질환의 유형과 중증도에 관계없이 거의 모든 정신질환자를 포함시켰습니다.

5월30일 시행에 들어가는 개정된 정신보건법에서는 이를 구체화했습니다. 개정된 법에서 정신질환자는 '망상, 환각, 사고나 기분의 장애 등으로 인해 독립적으로 일상생황을 영위하는 데 중대한 제약이 있는 사람'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일상 생활을 하는데 제약이 있는' 등으로 좀 더 구체적 개념으로 정리했습니다.


개정 이전 법에서는 정신질환자로 분류될 경우 각종 자격증 취득에 제한을 받게 돼 있었습니다. 가벼운 우울증 치료를 받아도 화장품제조판매업, 말 사육사, 조리사, 요양보호사 등 25개 관련 자격증 취득이 불가능했습니다. 개정 법은 이런 제한을 순차적으로 없애도록 했습니다. 정신 질환의 성격에 따라 자격의 특성을 고려하면서 하나씩 고쳐나가기로 방침을 정했습니다.


◆정신질환 강제입원 엄격해야=개정된 법에서는 정신병 관련 입원을 세분화시켰습니다. 스스로 신청해 입원하는 '자의입원'의 경우 본인이 결정해 입원하고, 퇴원도 희망하면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보호의무자의 동의가 필요한 '동의입원'의 경우 보호의무자와 본인이 동의하면 입원과 퇴원이 가능합니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 이를 더욱 엄격하게 적용했습니다. 이 경우 보호의무자(2인 이상) 신청과 전문의 권고로 진단된 이후 소속이 다른 2인 이상 전문의의 소견이 있어야 입원이 가능합니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은 그동안 상속, 이혼 등 재산관련 다툼 등으로 악용되는 사례가 많았습니다. 국제단체에서 문제 삼은 부분입니다.


객관적 입원 여부를 알아보기 위해 전문가의 판단을 보다 비중 있게 적용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이 있는 경우 정신과전문의 또는 정신건강전문요원의 신청으로 시장과 군수, 구청장이 입원시키는 '행정 입원'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위험이 크고 급박한 경우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 병원에 입원을 의뢰하는 '응급 입원'이 가능합니다.


◆정신질환 입원 결정절차 강화=개정 전 법률에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과정은 매우 간단했습니다. 보호의무자 2인 동의와 정신과전문의 1인의 진단으로 6개월 입원이 가능했습니다. 입원적합성 심사는 아예 없었습니다. 여기에 정신과전문의 1인의 판단과 보호의무자의 동의로 6개월마다 계속 입원이 가능했습니다.


개정된 법률에는 각 단계마다 전문가의 의견을 담도록 했습니다. 우선 입원절차에서 보호의무자 2인 신청과 정신과전문의 1인이 입원 소견을 밝혀야 2주 동안 입원이 가능합니다. 다만 2주 이상 입원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소속이 다른 정신과 전문의 1인의 입원 소견도 있어야 합니다. 입원 적합성 심사 과정도 신설했습니다.


'보호자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 3일 이내에 입원사실을 신고해야 합니다. 최초 입원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입원적합 여부를 판단합니다. 이를 위해 국립정신병원 등에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를 설치합니다. 마지막으로 계속 입원하기 위해서는 소속이 다른 정신과 전문의 2인의 소견과 보호의무자 2인 동의를 통해 가능하고 3개월마다 적합성 심사를 실시합니다.


◆강제입원엔 납득할 이유 있어야=보건복지부는 이번 개정안을 마련하게 된 배경으로 '강제입원의 부작용이 심각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국제연합(UN) 인권위원회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정신병과 관련돼 강제입원은 완전히 없어져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습니다.


차전경 복지부 정신건강정책과장은 "정신질환의 특성상 강제입원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전제하면서 "그럼에도 적어도 사람을 강제로 격리시킬 때에는 상식적으로 납득할만한 이유와 절차를 거쳐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전문가 단체들과 불협화음도 존재합니다.


차 과장은 "전문의의 법적 책임을 우려해 추가 전문의는 의학적 소견만 제출하고 국립병원장이 최종 입원판단을 하도록 했다"며 "또 추가 의견을 주는 전문의를 입원적격심사위원회 소속으로 해달라는 요구가 있어 하위법령에 그 규정을 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20년 만에 개정되는 법률인 만큼 이해 당사자에 따라 많은 이견이 존재합니다. 차 과장은 "지난해 6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하위법령안을 마련하고 있다"며 "전문의, 간호사, 임상심리사, 사회복지사 등 직역단체는 물론 인권단체 등의 의견을 수렴했다"고 말했습니다.


차 과장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에서도 자문회의를 TF형식으로 구성해 입법예고안이 발표되기까지 지속적으로 의견수렴 회의를 한 바 있다"며 "입법예고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정신병과 인권 사이에 서 있는 우리나라가 인권을 보장하면서 정신병 치료 새로운 시스템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요. 오는 5월30일은 중요한 갈림길이 될 전망입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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