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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동네" 만리동… 건물주는 돈벼락 세입자는 날벼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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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프로젝트에 ‘뜨는 동네’로 변신…젠트리피케이션 심각

"웃기는 동네" 만리동… 건물주는 돈벼락 세입자는 날벼락 서울로 7017 프로젝트 공사 현장/사진=서울역일대 도시재생지원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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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역 뒤편 만리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달동네였다. 가파른 고갯길을 따라 오래된 연립주택과 공업사들이 들어찼다. 요즘 이 동네가 '뜨고' 있다. 건물 내부를 리모델링한 식당과 카페가 생겨나며 거리엔 환한 빛이 돈다. 교황이 방문했던 약현성당, 손기정체육공원 등이 있어 젊은이들의 데이트코스로 사랑받고 있다. '소금커피', '대만삼겹살' 등 이색 메뉴를 내놓는 맛집들도 탄생했다.

12일 만리동의 한 카페를 찾은 고은진(25)씨는 "요즘 SNS에서 가장 핫한 곳"이라며 "주말에는 대기시간이 길어 일부러 월차를 내고 찾았다"고 말했다. 인근에 새로 카페를 차린 한 업주는 "최근 동네에 사람이 많아져서 기쁘다"고 했다.


그러나 주민들의 반응은 이와 다르다. 만리동에서 카센터를 운영 중인 서재규(45) 씨는 올해 1월 25일을 "날벼락 맞은 날"로 기억한다. 설을 쇠고 일터로 돌아온 서 씨에게 날아든 건 '임대차 계약해지통지서'였다. 한 달 전까지 왕래하던 임대인이 발걸음을 뚝 끊더니 나가라는 서면 통보를 해왔다. 임대기간은 아직 3년 6개월이 남은 상태였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은 임대기간을 5년으로 보호하고 있다. 임대료 상한 한도도 9%로 제한한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9% 인상으로 만족하지 못하는 건물주들이 막무가내 식으로 세입자를 쫓아낸다"고 말한다. 세입자의 법적권리가 존재함에도 건물주의 횡포가 만연한 실정이다. 서재규 씨는 "이미 쫓겨난 사람도 있고 현재 쫓기는 사람들도 많다"며 만리동을 "웃기는 동네"라고 표현했다.


◆뜨는 동네의 지는 주민들
현재 만리동에서는 내보내려는 임대인과 버티려는 임차인 간의 씨름이 한창이다. '서울로 7017' 프로젝트와 맞물려 만리동이 소위 '뜨는' 동네로 부상하면서다. 서울로 7017은 노후한 서울역 고가도로를 보행길로 재탄생 시키는 프로젝트다. 오는 5월 20일 완공이 다가오면서 만리동 일대의 부동산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대단지 아파트도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입주가 예정돼있다.


D공인중개사 김 모 씨는 "지난해 이 일대가 카페특화거리로 선정된 이후부터 가게 자리를 찾는 손님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2016년 2월 서울시는 서울역 7017 프로젝트 기본설계안을 발표하면서 이 같은 도시재생을 계획했다. 김 씨는 "상가 건물의 경우 지난해 3.3㎡당 평균 2500만~4000만원에서 현재 6000만~7000만원까지 올랐다"고 말했다.


문제는 부동산 시세와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둥지 내몰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젠트리피케이션은 중상류층 계급이 도시로 유입되면서 비싼 월세와 집값을 감당하기 어려운 원주민들이 다른 곳으로 밀려나는 현상을 말한다. 이미 홍대 인근을 거쳐 경리단길, 망원동, 성수동 등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원주민이 피해를 입었다. 사이트플래닝 건축사 사무소 배영옥 소장은 "우리나라는 학습효과가 너무 빨라서 젠트리피케이션이 두드러진다"고 지적한다.


◆반복되는 젠트리피케이션 막을 방법 없나
서울시는 '도시재생'을 서울시 도시정책의 패러다임으로 삼았다. 도시재생은 철거 중심의 도시개발이 아닌 원주민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추는 사업 방식이다. 그러나 사업 대상으로 지정된 서울역 고가 및 성수동, 낙원상가 일대의 원주민들은 계속해서 바깥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토지더하기자유연구소 전은호 센터장은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은 준비단계에서 문제에 대응하는 체계를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공공에서는 사업대상 지역만 설정해서 기대가격을 상승시켜 놓을 뿐, 실질적인 개발은 자금력을 가진 개별 건물주에 의해 이뤄진다"며 "그 이익 역시 주민이나 지역 커뮤니티에 공유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영국은 일상적으로 도시재생 사업을 하는 조직들이 존재한다. 공동체에서 소유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도시 활성화가 되면 공동체와 지역에 이익이 돌아가는 셈이다. 미국 역시 지자체에서 도시 개발업자들을 관리하고 지역 이익 공유 체계를 사전에 구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해당 문제에 대해 서울시 공공재생과에서는 "아직 활성화 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현장에 도시재생지원센터를 설립하는 등 주민과 협의하려는 노력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본부 김경은 기자 sil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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