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하철에서의 장애인 이동권 개선 위해 휠체어 투어 나서
[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비장애인들에게 서울 지하철은 출퇴근시간 때만 ‘지옥철’이지만 장애인들에게 지하철은 언제나 지옥철이다. 평범한 시민의 ‘발’이 돼 주는 지하철이 장애인들에겐 넘기 힘든 ‘산’이 되기 일쑤다.
지난 6일 오전 10시 김포공항 국제선 입국장에서 비장애인인 안준호 서울시 관광체육국장, 이근 서울디자인재단 대표이사, 김병태 서울관광마케팅 대표이사 등 3명이 수동 휠체어에 올랐다.
장애인의 입장이 돼 장애인의 시각에서 우리나라 지하철의 실태를 몸소 체험하기 위해서다.
오전 10시 30분쯤 휠체어 장애인인 우창윤 서울시의회 의원과 나머지 3명이 김포공항을 출발해 동대문디자인플라자로의 ‘대장정’에 나섰다.
비장애인이 지하철로 이동하면 40분 정도 걸리는 길인데 이날은 1시간 40분가량 걸렸다.
입국장을 빠져나와 지하철로 이어지는 28개 계단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안준호 시 관광체육국장은 에스컬레이터를 타면 5초 만에 내려 갈 수 있는 계단을 장애인용 리프트를 타고 100초 넘게 걸려 내려왔다.
엘리베이터에서도 불편함은 이어졌다. 지하철 지상역사에서 지하 승강장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가 비좁아 휠체어 1,2대만 탈 수 있었다. 4대가 함께 이동하니 뒤에 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결국 승강장에 도착하는 데만 30분 넘게 걸렸다.
오전 11시 4분쯤 어렵사리 지하철에 탑승하니 이번엔 열차 내 장애인 공간이 비좁았다. 4명이 함께 있을 수 없어 칸을 나눠 타고 이동해야했다.
환승역인 공덕역에 도착한 뒤에는 경사로라는 난관이 기다리고 있었다. 김병태 대표는 “지하철 경사로가 완만한 편인데도 수동 휠체어로 오르기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휠체어에 앉아 바라보니 지하철 환승 정보 표시가 역마다 제각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가뜩이나 가독성이 떨어지는데 장애인에겐 헷갈리는 표시가 많았다. 외국인 장애인의 경우에도 영문 등으로 표기 돼 있지 않아 길 찾기에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김포공항에서 출발한지 1시간여 만에 5호선 지하철에 올랐다. 마침내 오후 12시 20분쯤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 도착했다.
휠체어 탑승 소감을 묻자 이근 대표는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역사 내 지도나 환승 안내가 부실하면 심리적으로 굉장히 불안했다”고 말했다.
안준호 시 국장은 “앞으로 장애인, 노인 등 교통약자를 위해 시설 개선 노력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이 행사를 기획한 장애인협동조합 ‘무의’의 홍윤희 이사장은 “장애인들이 불쌍하다는 시선이 싫다”며 “장애인도 기본적인 욕구가 있으며 여행 다니고, 밖에 나와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무의는 ‘장애를 무의미하게’라는 뜻으로 장애인에 대한 인식개선과 이동권 확대 운동을 진행하는 장애인 협동조합이다.
서울디자인재단과 무의는 이달 중 40여명의 시민들과 함께 10여 곳의 지하철을 휠체어 타고 돌아볼 계획이다. 체험 결과 나온 개선사항을 바탕으로 서울 지하철 교통약자 환승 지도를 제작할 예정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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