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세계 최대 부호인 빌 게이츠는 지난해 뉴욕 한복판에 수십마리의 닭을 데리고 등장해 많은 화제를 모았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아프리카에 병아리 10만마리를 기부하고 양계 가구를 육성해 개발도상국의 빈곤율을 대폭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IT업계의 선구자로 꼽히는 빌 게이츠가 닭을 가지고 농업 분야 원조에 나섰다는 점에서 이채롭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개발도상국에 닭과 양계장을 지원하는 것이 그가 처음은 아니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06년부터 개도국의 농업발전을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사업을 통해 양계사업, 관개시설 지원, 농업컨설팅 등을 진행해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06년에 처음으로 4억원 규모로 3개국에 대한 ODA사업을 시작해 올해에는 사업 규모가 173억원, 17개국과 2개 국제기구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크게 확대했다. 12년의 길지 않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 ODA사업은 개도국 발전에 여러 가지 긍정적 효과를 거두고 있다.
아프리카의 가나 아쿠마단 지역에 가면 밭 한가득 토마토가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지원한 점적 관개시설이 있기에 비가 오지 않는 건기에도 스프링클러 관개시설이 충분한 용수를 공급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베트남 하이증성과 호아빈성에서는 180㏊에 이르는 농지에서 감자가 재배되고 있다. 한국산 씨감자 재배기술을 전수해 생산성이 크게 증가했고, 그 결과 감자재배 면적이 9배로 늘어나게 됐다.
특히 생산된 감자를 인근 식품기업에서 구매하도록 연결해 농업인들의 소득도 크게 높아졌다. 소득이 증가하니 주민들도 주인의식을 가지고 보다 열심히 참여하고 있으며, 그에 따라 개도국 정부들도 사업에 적극적이다.
실제로 개도국 정부 관계자들과 면담을 하다보면 한국의 농업기술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종종 받는다. 세계 유례없이 단기간에 농업발전을 이룬 우리나라의 기술과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는 것이다.
특히 4일 서울에서는 이러한 한국 농업의 위상을 확인할 '국제 ODA 포럼'이 개최된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아태지역사무소장,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부총재보를 비롯하여 세계은행(WB), 유엔개발계획(UNDP), 아시아개발은행(ADB) 등 다양한 국제기구 전문가들을 초청해 국제사회의 농업개발협력 전략과 노하우를 공유하고 내실화 방안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국내외 농업개발협력 추진향과 성공사례도 공유한다.
FAO, IFAD 등은 수십년간 농업분야 ODA를 추진해온 국제기구다. 정부는 이번 포럼 개최를 계기로 이들 국제기구와의 협조체계를 더욱 강화해 관련 노하우와 전문지식을 적극 배우고 활용할 계획이다.
또 개발도상국에 꼭 필요한 사업을 찾아낼 수 있도록 사업기획 단계부터 개도국 정부 관계자 면담, 주민들과의 대화, 현지조사 등을 확대하고, 내년부터는 사업평가를 관리기관이 아닌 제3의 기관에서 실시함으로써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는 등 농업ODA를 더욱 내실화할 방침이다.
개도국들이 경제적으로 자립하기 위해서는 농업발전이 선행돼야 하고, 농업발전을 이루려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주변 국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러나 원조방식에 대해서는 많은 고민과 연구가 있어야 한다.
잠비아 출신의 경제학자 담비사 모요 박사는 “죽은 원조(dead aid)를 하지 말라”고 충고했다. 단순한 퍼주기식 원조는 오히려 개도국을 피폐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개도국 농업발전을 지원하고, 이를 토대로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고 국가경제가 활성화되는 '살아있는 원조'를 추진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농업ODA가 마중물이 되어 목마른 이웃국가들의 농업발전에 물꼬를 트고, 우리 농업계에도 희망과 자신감을 심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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