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우리 수출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 대통령 탄핵으로 인한 국정동력 상실 등 쏟아지는 악재 속에서도 5개월 연속 플러스 행진을 이어가며 '청신호'를 켰다. 문제는 내수다. 높은 실업률, 점점 불어나는 가계부채 등 소비를 얼어붙게 하는 요인이 여전한 데다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정책동력마저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다. 특히 고금리·고유가·원고 등 이른바 '3고(高) 시대'가 본격화할 경우 내수부진이 더 심화돼 경제성장을 제약할 수 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통관기준 잠정치)은 전년 동월 대비 13.7% 늘어난 488억7700만달러로 집계됐다. 2014년 12월 이후 최대 규모다. 1분기(1∼3월) 수출 역시 22분기 만에 최대 증가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4분기(1.8%) 증가세로 전환한 데 이어 14.9% 두 자릿수 증가세를 나타냈다. 기저효과와 반도체·석유화학 등 주력 품목 수출단가 상승 등에 힘입은 결과다.
이 같은 수출 회복세는 생산, 투자 등 전체 경기지표로 조금씩 확산되는 모습이다. 하지만 관건은 내수 회복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소비가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 워낙 안 좋다”며 “내수를 살리기 위한 정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소비를 가리키는 소매판매는 지난 2월에 감소세를 끊고 플러스로 돌아섰지만 아직 개선흐름으로 보기엔 섣부르다. 여기에 내수 회복을 위해 제기됐던 조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주장은 어느 순간 쏙 들어갔다. 대선 국면에서 내수 진작을 위한 대책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인 셈이다.
특히 3고 시대가 현실화되면 내수와 경상수지에 모두 부정적 영향을 미쳐 경제성장을 제약할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고금리는 가계부채 원리금 상환 부담 등을 키워 소비를 더 얼어붙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원화가치가 뛰면 수출기업의 경쟁력에 부담이 되고, 해외여행 등으로 인한 서비스수지 적자폭도 커진다. 고유가 역시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이다.
주 실장은 “고유가가 수출단가 상승으로 이어져 수출회복에 도움이 되는 등 긍정적 측면도 있다”면서도 “3고 시대로 진입할 경우 한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긍정적 영향을 압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회복세를 보인 수출 역시 하반기로 갈수록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 지표상 개선흐름을 또렷하게 보여주는 기저효과가 사라지는 반면 중국의 사드 보복 영향이 2분기에 본격화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미국의 환율보고서 발표와 금리인상 등 보호무역기조도 걸림돌이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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