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철강·유화 여신비중 76% 넘어…부실 수습하느라 포트폴리오 개선 뒷전
[아시아경제 강구귀 기자] "한국 경제의 효자 수출 품목인 중후장대(重厚長大) 산업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이들 산업의 수출 견인차 역할을 했던 수출입은행도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었다."
국내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한국수출입은행의 현 주소를 이렇게 진단했다. 금융권에서도 수은이 조선, 철강, 정유, 석유화학 산업에 대한 여신 비중이 너무 높아지면서 업황의 부진과 함께 부실이라는 덫에 빠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후장대 포트폴리오 개선 시급 = 지난해 말 기준 수은의 조선ㆍ철강ㆍ석유화학 등 중후장대 산업 여신잔액 비중은 전체의 76.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여신액 127조5173억원 중 97조8056억원이 중후장대 산업이다. 대우조선해양 추가 지원이 최종 확정될 경우 100조원을 넘어서게 된다.
산업별로 보면 ▲건설플랜트 48.9% ▲조선 21.9% ▲서비스업 6% ▲자동차 5% ▲철강 3.7% ▲일반기계 4% ▲전기전자 3% ▲석유화학 2% 등의 순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수은 내부에서도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중후장대 산업에 편중된 여신 포트폴리오를 개선하기 위해 리스크관리 경영건전성 확립에 착수했다. 하지만 갈길은 멀다. 4차산업혁명과 관계가 깊은 전기전자 업종에 대한 여신은 지난해말 3조9514억원에서 지난 2월말 4조1022억원으로 늘렸지만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은이 지난해 5월 코오롱그룹 신약 개발에 1000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여신의 산업 편중성을 낮추려고 하지만 쉽지 않다"며"중후장대 산업에 과감한 구조조정을 실시해 수은이 자생적으로 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적자 불구 추가 지원은 불가피 = 수은은 지난해 충당금 적립전 기준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냈다. 하지만 3조원이 넘는 충당금 부담에 1조4873억원(개별기준)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수은이 연간 적자를 기록한 것은 1976년 창립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다. 수은의 당기순이익은 ▲2012년 1489억원 ▲2013년 597억원 ▲2014년 668억원 ▲2015년 220억원을 기록해왔다.
수은의 지난해 개별기준 충당금 적립전 영업이익은 1조2795억원으로 2015년 1조1054억원 대비 1741억원(15.7%) 증가했다. 지난해 순이자이익은 9035억원으로 2015년 7581억원 대비 1454억원이나 늘었다.
이중 순이자마진(NIM)은 2015년 1.08%에서 2016년 1.17%로 0.09%포인트 늘어나며 체질이 개선됐다. 자산ㆍ부채 관리의 효율화로 자산수익률을 높였고 조달 비용을 줄였기 때문이다. 수은의 순이자마진은 ▲2013년 0.74% ▲2014년 0.92% ▲2015년 1.08%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순수수료이익도 2015년 3694억원 대비 789억원 늘어난 2016년 4483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조선ㆍ해양산업의 업황 부진에 수은의 발목을 잡았다. 충당금 적립비용이 2015년 1조648억원에서 2016년 3조2337억원으로 2조1689억원(204%)이나 늘어난 것이다. 수은의 충당금적립비용은 ▲2012년 4554억원 ▲2013년 6226억원 ▲2014년 6515억원 ▲2015년 1조648억원 등의 증가추세이다.
이같은 상황에도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지원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와관련, 최종구 수은 행장은 지난달 23일 열린 대우조선해양 유동성 지원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정확히 자본확충 규모가 얼마가 될지 아직 모르지만 약 1조원 정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대우조선해양의 손실규모를 보면서 자본확충 규모를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구귀 기자 ni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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