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6~9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소프라노 임세경, 팔리아치' 넷다·'외투' 조르젯타 1인 2역 열연
김학민 예술감독 "화려한 삶과 밑바닥 인생…낯선 조합으로 새로운 흐름 이끌어"
[아시아경제 장인서 기자] 국립오페라단은 이탈리아 사실주의 오페라 3대 걸작 중 두 작품을 묶은 '팔리아치&외투'를 4월6일부터 9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1890년부터 1900년대 초까지 유행한 이탈리아 사실주의 오페라는 역사나 신화가 아닌 현실 속에서 작품의 소재를 찾는다. 사실주의를 뜻하는 이탈리아 말인 '베리스모'(Verismo)를 써서 '베리스모 오페라'라고도 부른다. 대표 작곡가는 '외투'를 작곡한 자코모 푸치니(1858~1924)를 비롯해 루제로 레온카발로(1857~1919), 피에트로 마스카니(1863~1945) 등이 있다.
베리스모 오페라 3대 걸작은 '팔리아치'와 '외투',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가 꼽힌다. 작품 하나의 공연시간이 짧아 두 작품을 묶은 형식으로 흔히 공연하는데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팔리아치' 조합을 무대에 많이 올린다. 하지만 국립오페라단은 일반적인 조합이 아닌 팔리아치와 외투를 묶어 새롭게 선보인다.
김학민 국립오페라단 예술감독은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N스튜디오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오페라 '팔리아치'는 화려한 삶 이면의 외향적 슬픔과 잔인함을 말하는 반면 '외투'는 밑바닥 인생의 내적 슬픔을 다룬다"면서 "두 작품을 한 무대에 올리는 낯선 조합을 통해 새로운 흐름을 이끌고자 한다"고 했다.
오페라 '팔리아치'는 루제로 레온카발로가 작곡한 2막의 오페라이며 1892년 밀라노에서 초연했다. 유랑극단의 광대가 아내의 불륜을 의심해 벌어지는 비극을 그린다. 오페라 '외투'는 푸치니가 1918년에 단테의 신곡에서 영감을 받아 발표한 오페라 3부작 중 하나다. '외투'는 지옥편에 해당하며 하층민이 겪는 애욕을 다뤘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임세경(42)이 '팔리아치'의 넷다와 '외투'의 조르젯타 1인 2역으로 출연한다. 임세경은 지난해 1월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나비부인' 주역으로 출연한 데 이어 8월 '아레나 디 베로나' 페스티벌에서 아이다 주역을 맡으며 세계 최정상 자리에 섰다. 세계 5대 오페라극장 중 하나인 빈 국립오페라극장에서 한국인 소프라노가 주역으로 선 것은 조수미, 홍혜경에 이어 세 번째다. 특히 세계 최고의 오페라 페스티벌인 아레나 디 베로나에서 한국인이 주역으로 선 것은 102년 역사상 최초였다.
이날 임세경은 "국립오페라단무대에 서는 것은 2015년 '처용' 이후 2년 만"이라면서 "오페라 '팔리아치 & 외투'는 여러 면에서 특별한 작품이다. 하룻밤에 두 작품을 출연하는 것도 특별하지만 춤까지 춰야 해서 걱정이 앞선다. 하지만 이번 무대에서 죽다 살아난 임세경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그는 넷다와 조르젯타가 죽음을 맞는 것은 비슷하지만 둘의 성격이 다르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유랑극단 무대에서 서는 넷다는 관중 앞에서 끼를 발산하는 배우이기 때문에 강한 성격이지만 거룻배 선장의 아내인 조르젯타는 열악한 환경에 지쳐 연약해진 여자"라고 설명했다.
공연에는 임세경 외에 정상급 성악가들이 대거 합류한다. 임세경과 함께 사이요아 에르난데스가 번갈아 팔리아치의 '넷다' 역과 외투의 '조르젯타' 역을 맡는다. 테너 가수 루벤스 펠리차리와 칼 태너가 팔리아치의 '카니오' 역과 외투의 '루이지' 역을 번갈아 맡는다. 이외에 '팔리아치'의 벱페, '외투'의 틴카, 벤디토레까지 1인 3역을 소화하는 테너 민현기를 비롯해 베이스 바리톤 최웅조, 바리톤 박정민, 메조소프라노 백재은, 바리톤 서동희, 베이스 최공석 등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또한 주세페 핀치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를 지휘하고, 페데리코 그라치니가 연출을 맡았다. 지휘자 주세페 핀치는 "레온카발로는 바그너의 영향을 많이 받았지만 푸치니는 프랑스 출신의 작곡가들로부터 다양한 영향을 받았다. 두 작곡가의 특성이 다르지만 사실주의라는 공통점을 잘 살려 무대에 올리겠다"고 했다.
장인서 기자 en130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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