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의 '양강구도'가 다시 전개되고 있다. 길을 잃은 중도·보수층이 안 지사로 쏠리면서 14일 진행되는 3차 TV 토론회에선 두 후보 간 불꽃 튀는 공방이 예상된다.
지난 10일 박 전 대통령 탄핵 직후 민주당 경선 구도에 변화가 시작됐다. 대연정, 선의 논란 등으로 한풀 꺾였던 안 지사의 지지세가 다시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탄핵 후 국론분열에 대한 해결책이 주목을 받으면서 안 지사의 통합 메시지가 설득력을 얻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탄력을 받던 '문재인 대세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힘을 일어가던 양강구도가 다시금 주목을 받는 모양새가 펼쳐지기 때문이다.
13일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서울경제 의뢰·10~11일응답률 23.4%·표본오차 95%·신뢰수준 ±3.1%포인트·상세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문 전 대표의 지지율은 2.7%포인트 내린 28.0%를 기록했다. 안 지사는 2.9%포인트 오른 16.6%로 조사됐다. 같은 날 코리아리서치 조사결과(KBS·연합뉴스 의뢰·11~12일·응답률 14.1%·표본오차 95%·신뢰수준 ±2.2%포인트)에서도 문 전 대표는 직전 조사(29.8%)와 비슷한 수준인 29.9%를 기록했지만, 안 지사는 2.8%포인트 오른 17.0%로 집계됐다.
당내에서도 문 전 대표와 안 지사의 박빙을 점치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고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13일 'KBS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출연해 "아마 예측을 할 수 없는 그런 박빙의 게임이 될 수 있다고 본다"며 "대부분 대세론이라고 얘기를 하는데 이제 많은 변화도 있지 않을까 그런 예측을 해본다"고 말했다. 도종환 민주당 의원도 "(민주당 경선에서)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박빙의 승부를 벌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문 전 대표 캠프에선 재부상하는 양강구도를 잔뜩 경계하는 눈치다. 전병헌 더문캠 전략기획본부장은 전날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에서 차담회를 갖고 문 전 대표와 안 지사가 초박빙으로 나온 특정 여론조사를 언급,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 본부장은 "지난 주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가 34.5%, 안 지사가 33.3% 초박빙이라는 보도가 있었다"면서 "이는 역선택이 반영되지 않은 설계"라고 비판했다.
안 지사 캠프엔 기대감이 번지고 있다. 김종민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앞으로 2주안에 지지율 25%를 넘기면 안 지사가 민주당 후보가 되고 대한민국 제19대 대통령으로 간다"며 "25%를 신호로 안 지사의 잠재적 지지층이 결집하고 타 후보 지지층 일부가 이동하게 되면 경선 끝나기 전에 역전의 골든크로스를 구경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민주당 경선이 박빙으로 전개됨에 따라 이날 토론회에 당 안팎의 시선이 쏠린다. 이번 토론회는 공중파로 중계되는 첫 토론회로, KBS·MBC·SBS·OBS·YTN 등 5개 방송사에서 생중계 된다. 박 전 대통령 사법처리와 대통령 임기 3년 단축 개헌론,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통합론 등이 주요 쟁점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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