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김영현 칼럼] 봄날에 노자(老子)를 읽다

시계아이콘01분 57초 소요

[김영현 칼럼] 봄날에 노자(老子)를 읽다 김영현 작가
AD

따뜻한 햇살이 비치는 뒤뜰 툇마루에 강아지와 고양이가 어울려 뒹굴고 있다. 강아지는 작년에 근처 지인이 새끼를 분양해 준 흰색 발바리고, 고양이는 여기저기 주인없이 떠돌아다니다가 우연히 찾아온 놈이다. 아내는 강아지가 홍길동이처럼 빠르다고 ‘길동이’, 고양이는 처녀처럼 얌전하다고 ‘양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처음에는 두 녀석이 으르릉거리며 제법 이빨을 드러내더니 어느새 친구가 되었는지 같이 잠도 자고 나란히 밥도 같이 먹는다.


봄이다!
추운 겨울을 함께 무사히 보낸 지금, 눈부신 초봄 햇살 아래 곤히 두 놈이 머리를 맞대고 누워 평화롭게 낮잠을 자고 있다. 두 어린 생명의 평화로운 모습을 보고 있자니 불현듯 노자가 ‘천하에 도가 있으면 군마도 밭으로 보내져 밭을 갈게 되고, 천하에 도가 사라지면 징발된 말이 전쟁터에서 새끼를 낳는다. (天下有道 却走馬以糞, 天下無道 戎馬生於郊)’라고 한 말이 생각난다.

지금은 과연 어떤 때인가.
바야흐로 지금 이 한반도에는 불길한 기운들이 무르익어가고 있다. 북한은 물론이고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할 것 없이 반도를 사이에 두고 마치 무한 군비경쟁이라도 시작한 것처럼 너나 할 것 없이 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마치 대원군 시절의 조선을 보는 기분이다. 먼저 핑계거리를 제공한 쪽은 북한이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 능력은 예측보다 훨씬 빠르게, 예측보다 훨씬 강하게 진행되었다. 어쨌거나 그들의 도발적인 행위는 아슬아슬하긴 했지만 그래도 안정되어 있던 한반도 주변의 질서를 깨뜨렸다. 그렇지 않아도 한미일 동맹으로 중국을 옥죄고 싶었던 미국은 기다렸다는 듯이 미국대로 남한에 사드를 배치한다, 전술 핵무기를 배치한다 야단법석이다. 우리 쪽의 사정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모습이다. 그 틈에 일본은 마침내 2차대전 패망 이후 오랜 숙원이었던 군사무장의 길로 재빨리 들어서고 있다.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려준 꼴이다. 중국은 중국대로 만반의 태세를 강화하면서 함정모함을 비롯한 최첨단 무기를 연일 선보이며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김영현 칼럼] 봄날에 노자(老子)를 읽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리 대한민국만 그 사이에 끼어 제대로 된 발언조차 한번 못 해보고 얻어터지고 있는 꼴이다. 북한이야 스스로 고립을 자초하였다지만 우리는 뭔가? 그놈의 사든가 뭔가 때문에 중국의 노골적인 경제 보복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고, 일본이 독도는 자기네 땅이라고 도발을 일삼고 부산 소녀상을 트집 삼아 자국 대사를 소환해 가는 등 온갖 몽니를 부리는데도 꿀 먹은 벙어리 꼴로 지켜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한미일 동맹이라지만 언제나 한국은 2선으로 빠져 있다. 말하자면 앞에서 훅을 당하고 뒤에서 뒤통수를 맞고, 양 옆에서 뺨을 맞고 있는 형국이다. 이러다간 우리만 닭 쫒던 개 신세는커녕 청일전쟁 당시의 재앙적 상황이 재현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지금 한반도 주변에는 온통 전쟁을 하고 싶어서 근질거리는 그런 인간들이 수두룩하게 널려 있는 것 같다. 김정은, 트럼프, 아베, 푸틴, 시진핑…. 모두가 한가락씩은 하는 마초형 인간들이다. 여차 해서 누가 먼저 건드리기라도 하면 폭발할 것 같은 상황이다. 이런 판국에 무능하고 탐욕스런 정권은 늘 백성들을 위험 속에 빠뜨리고, 애국을 가장한 무리들은 강대국의 앞잡이가 되어 나라를 망국의 길로 몰아넣는다.


전국 시대를 살았던 노자는 ‘문 밖을 나가지 않아도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알고, 창틈으로 엿보지 않아도 하늘의 이치를 안다(不出戶 知天下, 不窺? 見天道)’고 했다지만 그런 잽이가 되지 못하는 나야 그저 가끔 뉴스를 보며 한숨만 지을 뿐이다. 마음이 울울해진다. 부디 봄볕 아래 평화롭게 잠들어 있는 저 작은 생명들에게 일어나서는 안 될 불행이 오지 않길 바랄 뿐이다.


봄이다. 무위자연(無爲自然)이라더니 저절로 계절은 어김없이 바뀐다.
이제 곧 천지간에 봄꽃들이 강산을 수놓을 것이다. 올해는 고추와 토마토를 좀 넉넉히 심어 도시 친구들에게 나누어줘야겠다. 그나저나 과연 나 같은 백수 글쟁이에게도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하지 않은 것이 없다.(無爲而無不爲)’와 같은 경지에 이를 수 있는 날이 있을까. 이 숨가쁜 봄날에 무료히 앉아 노자를 읽으며 생각한다.


김영현, 작가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2009:48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저렴해서 미국인도 푹 빠졌다…"오늘은 라면에 김치" 외신도 감탄한 K푸드⑤

    "전 세계에서 K푸드에 대한 수요가 식을 줄 모른다." 미국의 경제 뉴스 채널 CNBC는 지난 18일(현지시간) 한국 식품의 글로벌 확산세에 대해 이같이 조명했다. 이 방송은 특히 라면을 K푸드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지목했다.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은 K팝과 한국 드라마에서 라면이 자주 노출되면서 미국과 유럽은 물론,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까지 수요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물가 인상과 생활비 상승도 비교

  • 26.01.2007:16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힙하다 힙해" 퇴근길 치맥에 한국 화장품 싹쓸이까지…일상에 스며든 'K'④

    지난 15일(현지시간) 오후 7시 미국 뉴욕 맨해튼 32번가 K타운. 한국 치킨 브랜드 BBQ 매장은 '치맥'을 즐기려는 현지인들로 북적였다. 지하 1층에 마련된 테이블은 일찌감치 만석이었고 20~30대 직장인과 대학생들은 치킨을 앞에 두고 맥주잔을 부딪치며 저녁 시간을 즐겼다. 치킨뿐 아니라 떡볶이와 김치볶음밥 등 다양한 한국 메뉴를 함께 주문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이 매장을 자주 찾는다는 대학생 메디슨 씨는 "학교 근처

  • 26.01.1915:08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돼지갈비에 나물" 파리지앵의 저녁 식탁 오른다

    K웨이브 글로벌 현장 점검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

  • 26.01.1914:08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③"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일상문화' 흘러야 30년 간다"[인터뷰]

    "대중문화는 '화려한 분수'처럼 금방 꺼질 수 있습니다. 지하수처럼 '일상 문화'가 계속 흐르도록 해야 K 브랜드와 산업의 생명력을 30년 이상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일열 전 파리문화원장은 최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K브랜드의 글로벌 지속가능성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방탄소년단(BTS), 블랙핑크 등 K콘텐츠는 강력한 진입로가 될 수 있지만, 휘발성이 크다"며 "어느 순간 거품이 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지금은 '썸

  • 26.01.1914:08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돼지갈비 요리하는 파리지앵…자기 전엔 韓스킨케어 톡톡[K웨이브3.0]②

    "형 집에 놀러 가는데 저녁 메뉴인 돼지갈비를 준비하려고 합니다" 지난해 연말 프랑스 파리 오페라 지역(Rue Sainte-Anne)에 위치한 유명 한인 슈퍼마켓 'K마트'에서 만난 맥심 카본(27살)씨는 '100% 태양초'라고 적힌 고춧가루와 송이버섯과 무, 고추장, 튀김가루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카본은 한국 신림동에서 1년 거주하면서 처음 접한 한식을 잊지 못해 귀국 후에도 파리 한식당을 찾아다녔다. 하지만 현지 한식당 대부분이 중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