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이 남긴 것
권력 감시·견제 체제 정비 필요해
촛불-태극기 이념 갈등 해소 남아
[아시아경제 이민우 기자] 10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을 인용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로부터 시작된 '국정농단'은 마무리됐지만 지난해부터 진행된 '탄핵정국'은 한국사회에 적지 않은 시사점을 남겼다. 안착한 듯 한 민주주의 시스템의 문제점과 사람들 간의 첨예한 이념적 갈등을 그대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과와는 별개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이 벌어졌다는 것은 박 대통령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 현 민주주의 시스템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드러난 사건"이라며 "권력의 사유화, 정경유착, 권력에 대한 내부 견제 마비 등 '견제와 감시'라는 기본 원칙의 여러 허점들이 나타나며 헌정 파괴의 결과를 낳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때문에 탄핵 인용은 이러한 문제들을 개선하는 첫 수술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진단이다. 이 교수는 "권력 사유화의 적폐를 해소하고 감시와 견제라는 기본원칙을 지킬 수 있도록 현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며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는 일이 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선 대통령제에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개헌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첨예하게 이어진 국민 간의 갈등도 해소해야할 문제다. 지난 11월부터 탄핵 찬성 진영과 반대 진영이 각각 '촛불'과 '태극기'를 상징물로 삼아 광장으로 모여들며 집단적인 대립이 이어졌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이러한 대립은 한국사회에 팽배한 양극화 현상이 극에 달한 결과라는 분석했다. 곽 교수는 "이번 탄핵정국은 한국 사회의 양극화로 인한 갈등의 결정체가 드러난 것"이라며 "지역, 계층, 남녀, 세대 간의 양극화에 이어 '가치관의 양극화'가 등장했다"이라고 말했다.
실제 탄핵 반대 진영의 시위 참가자는 중·장년층이 주를 이뤘지만 청년층도 상당했다.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등장한 젊은 엄마들로 이뤄진 '유모차부대'들도 시위에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 탄핵 찬성 진영의 집회에는 특정 세대와 계층으로 구분지을 수 없을 만큼 다양한 이들이 뜻을 모아 참여했다. 단순히 계층, 성별 또는 세대 간의 갈등으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이 교수는 "첨예한 대립이 있었지만 폭력 대 폭력 국면으로 접어들지 않았던 것은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가 일정 수준에 도달했고, 발전의 가능성을 담보하고 있다는 의미"라며 "역사에 남을 탄핵 인용을 계기로 성숙된 소통, 정치적 타협 등을 만들어갈 수 있는 규범과 문화가 정치권과 시민의식 차원에서 절실하게 자리 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민우 기자 letzw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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