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척= 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끝판대장' 오승환이 한국 야구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김인식 감독이 이끈 야구 대표팀이 9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마지막 대만과의 경기에서 연장 접전 끝에 11-8로 승리했다. 이로써 김인식호는 2연패 후 귀중한 1승으로 자존심을 다소나마 회복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오승환은 9회말 끝내기 패배 위기에서 팀을 구해내면서 구원승을 챙겼다.
한국은 초반 타선이 폭발하며 2회초 6-0의 우위를 점했다. 하지만 2회말부터 곧바로 따라잡히기 시작해 7회말 끝내 8-8 동점을 허용했다. 8회초 무사 1루, 9회초 2사 만루 득점 기회를 놓치면서 앞선 이스라엘과 네덜란드전에서의 답답한 경기력이 되풀이됐다.
9회말에는 절체절명의 위기도 맞았다. 이현승이 대만 선두타자 장즈셴에게 2루타를 허용했다. 무사 2루 끝내기 패배 위기에서 김인식 감독은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오승환은 첫 상대인 대만 4번타자 린즈성을 공 네 개로 삼진 처리했다. 이어 5번 린이쥐안을 고의사구로 걸러 보낸 후 6번 가오궈후이를 삼진, 7번 천융지를 우익수 뜬공으로 잡아내면서 9회말 위기를 넘겼다.
오승환이 위기를 넘겨주자 5회 이후 득점을 올리지 못 했던 타선이 10회초 다시 힘을 냈다.
오재원과 양의지의 연속 안타로 만든 1사 1, 3루 기회에서 양의지가 깊숙한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결승 득점을 올렸다. 다음 박건우 타석에서 대타 김태균이 쐐기를 박는 2점 홈런을 쳤다.
오승환은 11-8로 앞선 10회말 다시 마운드에 올라 삼자범퇴로 매조지하고 승리를 지켜냈다.
김인식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9회말 처음부터 오승환을 투입할 수 있었지만 한 타자라도 잡은 후에 오승환에게 마운드를 넘겨주기 위해 이현승을 먼저 올렸다고 했다. 가능한 오승환의 투구 수를 줄이려 했다는 것.
김 감독은 "오승환이 27개를 던졌는데 고의사구를 빼고 23구를 최종적으로 던졌다. 오승환에게 미안하긴 한데 승리를 가져다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오승환은 2이닝을 무안타 3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고 구원승을 따냈다.
오승환은 지난 6일 이스라엘과 첫 번째 경기에서도 1-1 동점이던 8회말 2사 만루 위기에서 등판해 이스라엘 9번 타자 스콧 버챔을 4구만에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위기를 넘겼다.
오승환은 이스라엘전에서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 최종적으로 1.1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오승환은 많은 논란 끝에 이번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그는 압도적인 구위로 자신이 왜 대표팀에 필요했는지를 증명했다.
두 경기에서 3.1이닝 1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국 야구의 자존심을 지켜준 소중한 1승도 오승환의 몫이었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김현민 기자 kimhyun8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