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로망 "18홀에 72타를 치고 싶다", 골프공은 1번만 "아너와 1퍼팅, 홀인원의 상징"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1872'.
골프광들은 전화번호나 자동차번호를 '1872'로 맞춘다. "18홀에 72타를 치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이다. 극성 동호회는 아예 회원 모두 1872다. 라커번호에서는 곧바로 스코어를 연상한다. 프론트에서 70번대를 받으면 '라이프 베스트' 스코어를 떠올리지만 100번대가 넘으면 기분이 꿀꿀하다. 강아지 이름은 당연히 버디나 이글, 알바다. 골프의 '징크스(Jinx) 백태'다.
▲ "숫자가 그렇게 중요해?"= 골프공은 무조건 1번이다. 골프에서 1은 사실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가장 먼저 티 샷하는 아너(honor)를 비롯해 '1퍼팅', 단 한 번의 샷으로 홀인시키는 홀인원(hole in one) 등이다. 메이커들은 보통 같은 브랜드와 모델 1더즌을 1~4번으로 구성한다. 주로 4명이 동반플레이 한다는 점을 감안해 서로의 공을 구분하기 위해서다.
타이틀리스트는 예전에 이 번호마저 겹치는 경우에 대비해 5~8번의 하이넘버 모델을 출시한 적이 있다. 지난해는 스페셜 넘버 리미티드 에디션을 출시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00부터 1, 33 등 자신이 좋아하는 번호를 마음껏 새길 수 있어서다. 다양한 옵션 가운데 특히 68번이 호응을 얻었다. 4언더파 68타, 아마추어골퍼에게는 그야말로 '꿈의 스코어'다.
선수들이라고 다르지 않다. 타이거 우즈(미국)는 1번만 쓴다.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뜻이다. 소속사 나이키골프에서 1번 공만 공급했고, 'TIGER'라고 인쇄된 공까지 등장했다. 지난 연말 새로 선택한 브리지스톤은 미국 조지아주 아틀란타 공장에서 B330S 골프공을 특별 제작한다. 3번은 "파4홀의 버디"라는 의미에서 무난한 반면 2, 4번은 기피하는 편이다. 2번은 준우승, 4번은 죽을 '사(死)' 자와 발음이 같아 달갑지 않다.
▲ "승률 높은 옷과 컬러가 따로 있다고?"= 옷 역시 민감한 부분이다. 어떤 옷을 입었을 때 스코어가 좋았고, 돈을 땄는지 묘하게 기억에 남는다. 중요한 라운드를 앞두고 특정한 옷에 손이 가는 이유다. 여기에 숨은 비밀이 있다. 바로 골프웨어의 특별한 기능성이다. 신축성이 뛰어나고 골프에 최적화된 핏은 아무래도 스윙 과정이 편안하다. 옷이 스코어로 직결되는 셈이다.
선수들은 '컬러 징크스'를 더한다. 우즈의 레드가 대표적이다. 태국계 어머니 쿨티다가 점성술사에게 들은 우승 비책이 출발점이다. 경쟁자들에게 위압감을 주는 부수적인 효과가 있다. 실제 "레드가 승리를 부른다"는 연구가 있다. 러셀 힐 잉글랜드 듀햄대학 교수다.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을 통해 "레드는 우월감을 높여줘 승률을 높여준다"고 주장했다.
아마추어골퍼는 리키 파울러(미국)의 오렌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교 오클라호마 주립대의 상징색이다. 스포츠 심리학자 칼 모리스 박사는 "인간의 뇌는 친숙한 것을 좋아한다"며 "압박감이 몰려오는 순간 뇌에서는 평범한 날로 인식해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힐링컬러'다. 골프에서는 '멘털'이 큰 역할을 하는 게 분명하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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