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홍유라 기자]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조기 배치에 대한 야당의 반발이 심상치 않다. 국회 비준부터 전면 백지화 주장까지 쏟아지고 있다. 향후 대선정국과 맞물리면서 정치권 대혼란이 예고된다.
8일 정치권에선 사드의 국회 비준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부의 국회 비준동의안 제출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추 대표는 또한 "사드 배치의 절차적 문제와 투명성 제고를 위해 국회 국방위원회와 외교통일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를 조속히 소집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우상호 민주당 원내대표는 "미군이 새 무기 체계를 도입하는 건 비준의 대상이 아니지만, 성주 골프장에 미군 기지를 만드는 것은 비준 사항"이라며 "새 미군기지를 만들면서 비준을 안 받겠단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비준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주승용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정부와 국회를 배제한 채 사드 배치를 군사작전하듯 속전속결 추진하는 건 국민 속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야권에선 사드가 예상보다 빠르게 전개된 것을 두고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의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고 있다. 안보 프레임으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차기 정부에서 관련 논의조차 하지 못하도록 원천 봉쇄하고자 한다는 것이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날 'YTN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정상적인 국가 정책 집행이라고 보기 어렵다"며 "뭔가 흑막이 있거나 정상적이 아니라 비정상적으로 뭔가 다른 목적들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라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사드 조기 배치를 '북풍(北風) 공작'으로 규정했다. 심 대표는 이날 오전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안보와 경제위기를 가중시켜 선거판을 뒤집으려는 북풍공작"이라며 "북한 미사일을 막겠다는 군사무기가 야당을 공격하는 정치무기로 변질된 현실에 분노를 금할 수가 없다"고 성토했다.
각 대선 캠프에선 사드 조기 배치 관련한 정치적 파급효과를 예의주시 하고 있다. 가령 여권 주자들이 야권 주자에 대한 공격을 하는 카드로 활용될 수도 있는 까닭이다.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이후 예상되는 보수층 결집과 맞물릴 경우 대선 판을 흔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와 관련 문재인 민주당 전 대표 측 관계자는 "사드 문제로 보수층이 결집할지 아닐지, 그로 인한 대선 구도에 파급력이 있을지 등은 지켜봐야 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때문에 일각에선 사드 배치 자체를 백지화해야 한단 주장도 제기된다. 이 시장은 "(사드 전면 백지화를) 해야 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것"이라며 "국가 간 합의도 존중해야 하는 게 맞지만 잘못된 합의라면 파기할 수 있는 게 국가 간 관계"라고 강조했다.
심 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에게 사드 배치와 관련한 모든 행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와 함께 비상 경제·안보대책회의 구성을 제안했다. 심 대표는 "자유한국당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야당만이라도 대한민국을 구출하기 위한 공동 대책기구를 소집해야 한다"며 절박함을 강조했다.
홍유라 기자 vand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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