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글로벌 투자은행 전망...손지우 SK 연구위원 50~30달러 전망
국제유가가 50달러 중반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당분간’ 길게 잡아 ‘봄’까지는 현재의 좁은 거래 범위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의 감산 합의 준수가 잘 되고 있는 반면, 미국의 증산이라는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두 가지 요소가 팽팽한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결과로 보인다. 5월 말로 예정된 OPEC 회의에서 감산합의가 연장되지 않고, 미국이 셰일오일 증산을 가속화한다면 국제유가는 배럴당 30달러까지 내려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5개 투자은행 올해 브렌트유 57달러, WTI 55달러 전망=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원유 분석가들은 국제 유가가 1분기 말까지는 배럴당 50달러 중반의 ‘좁은 범위’ 내에 고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WSJ가 2월 말 15개 투자은행을 설문한 결과 올해 브렌트유 평균가는 배럴당 57달러, 미국 텍사스산 경질유(WTI) 평균가격은 배럴당 55달러로 예측됐다. 설문에 참여한 투자은행은 스탠더드차타드은행, HSBC, 시티그룹, RBC, UBS,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크레디스위스, BNP파리바, 소시에떼 제네랄, 도이체방크, JP모건, 바클레이스, 코메르츠방크, ING뱅크다.
이는 시장이 OPEC의 감산과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으로 서로 반대 방향으로 끌리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브렌트유는 6일 배럴당 55.46달러, WTI가 배럴당 52.88달러에 거래됐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유가는 올해 조금 오르는 데 그칠 것으로 봐도 무방할 것 같다. 브렌트유는 지난해 12월 초 이후 배럴당 약 53~57달러의 범위에서 거래되고 있어 하반기에 오른다고 해도 이 범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한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1월에는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지긴 했어도 몇 가지 요인을 본다면 이 가격대가 유지될 것으로 보는 게 온당하다. 시티그룹 석유 분석가인 크리스토퍼 메인(Christopher Main)은 “현재 거래 범위에서 벗어나게 할 촉매제는 많이 없는 것 같다”면서 “봄까지는 제자리걸음을 해야 한다”고 전망했다.
투자은행들은 설문에서 브렌트유는 2분기에는 평균 배럴당 56달러, 연말까지 하반기에는 배럴당 60달러 미만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으며 내년에는 배럴당 65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OPEC 5월 회의까지는 유가 횡보=WSJ는 OPEC과 일부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가 유가를 안정시킨 요인으로 꼽았다. WSJ 표현을 빌자면 감산합의는 유가 아래에 ‘바닥(floor)'을 깔았다.
OPEC 자료에 따르면, OPEC의 감산목표 이행률은 2월에 약 100%에 이른다.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추가 감산을 단행했다. 2월에는 전달보다 하루 산유량을 9만배럴 줄였다. 이에 따라 산유량은 978만배럴로 1000만배럴 아래로 떨어졌다. WSJ은 감산합의 이행률을 약 90%, 로이터는 94%로 보도했지만 블룸버그통신은 104%로 전했다.
WSJ은 “이런 합의 이행을 않기로 유명한 역사를 가진 조직 치고는 기대 이상의 높은 이행률”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이는 착시현상이다. 이라크 ,UAE, 앙골라와 베네수엘라 등 일부 OPEC 회원국이 미달한 감산 목표를 사우디가 추가 감산해 메운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수치는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이란의 증산분을 감안하지 않은 것이다. 이들 국가의 증산분을 감안하면 OPEC은 목표치보다 41만5000배럴 더 생산하고 있다고 ETF데일리뉴스는 지적했다. 더욱이 러시아 등 OPEC 비회원국의 감산 이행률도 낮다. OPEC은 러시아 등 비회원국 감산목표 이행률을 대략 50%로 보고 있다.
WSJ은 이 점을 들어 OPEC 감산 합의의 ‘바닥’은 깨지기 쉽다고 꼬집었다. 메인 분석가는 “합의가 깨지면 유가는 배럴당 50달러 아래로 쉽게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OPEC은 5월 회의에서 6월 종료되는 감산 합의 연장 여부를논의한다. 감산합의를 연장하지 않기로 한다면 유가급락은 불을 보듯 훤하다. 재고물량이 쌓여있는 상황에서 OPEC 회원국들이 증산에 나설 경우 공급과잉에 따른 유가 하락 압력이 높아질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BNP파리바 은행의 가렛 루이TM 데이비(Gareth Lewis-Davies) 분석가는 "5월 까지 우리는 관망상태일 것이며 유가는 횡보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재고, 셰일 증산, 유가 상승 막아=OPEC이 유가를 떠받치는 바닥이라면 유가 상승을 막는 천장은 엄청난 양의 원유 재고, 그리고 미국의 산유량 증가다. 약달러가 겨우 유가를 떠받치는 형국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5개 회원국의 원유 재고량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지난 5년 평균치보다 2억8600만배럴이 더 많은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미국의 산유량 증가, 급증하는 재고도 유가상승(랠리)을 막는 요소다. 유가가 배럴당 50달러를 넘으면서 셰일 오일 생산이 늘었다. 미국의 산유량은 지난 2주간 하루 900만배럴을 넘었다. 직전 주에 비해 하루 3만1000배럴 증가한 수치다. 이 때문에 재고는 계속 늘고 있다. 에너지정보청(EIZA)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재고량은 무려 5억2000만배럴로 기록을 갈아치웠다.
문제는 산유량이 앞으로 더 증가할 것이라는 점이다. 세계 최대 석유 생산업체인 엑손모빌이 셰일 오일 생산을 늘리기로 한 것은 단적인 예이다. 대런 우즈(Darren Woods)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투자자 설명회에서 세일 투자를 늘리겠다면서 2017년 예산의 4분의 1을 단기 셰일 프로젝트에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이러니 유가는 하락 압력을 계속 받을 수밖에 없다. 루이스 데이비 분석가는 "셰일이 늘면 늘수록 유가는 현재 거래 폭에 더 오래 머무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레일 싱가포르의 전문가인 대릴 루(Daryl Liew)는 "국제유가는 올해 대부분 50~60달러의 범위에서 거래될 것"이라면서 "OPEC 합의가 유가 하락을 막는 반면, 미국 셰일 생산은 유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SK증권의 손지우 연구위원은 석유 수급보다는 석유기업과 투자자들의 낙관과비관을 변수로 보고 국제유가를 배럴당 30~5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손 연구위원은 지난달 한양대학교 에너지거버넌센터가 외교부와 한국연구재단의 후원을 받아 개최한 '국제에너지안보 환경분석 포럼'에서 "유가 하락이나 상승은 잉여공급의 존재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면서 "잉여 공급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은 공급을 보는 게 아니라 생산능력을 보는 것"이라며 이같이 예상했다.
손 연구위원에 따르면, 1970~85년까지 고유가가 이어지자 세계 7대 석유자본인 세븐시스터스(Seven Sisters)는 고유가를 예상해 투자를 늘린 탓에 1990년대 국제유가는 장기 암흑기에 들어갔다. 1985년부터 2000년까지 명목 유가는 배럴당 평균 19.1달러, 실질유가는 31.8달러로 매우 낮은 수준이었다.
그러나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이후 국제유가는 오름세를 탔다. 원자재투자의 귀재라는 짐 로저스는 당시 국제유가가 200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고 세븐시스터스는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 오일붐 분위기를 더욱 강하게 조성했다.
이런 석유의 주기와 트럼프 행정부의 석유수출 가능성 등을 들어 손 연구위원은 향후 10~15년 동안 저유가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면서 유가는 배럴당 40±10달러 즉 30~50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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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희준 편집위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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