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청약경쟁률 2.14대1로 뚝…전달 3분의 1 수준
청약자수·미달단지 속출에도 이달 신규분양은 되레 늘어
[아시아경제 주상돈 기자] 3월 신규 분양 물량이 급증했지만 분양시장의 냉랭한 분위기는 좀처럼 걷히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전국 청약경쟁률은 전달의 3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미분양도 지난 1월 말 기준 넉 달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6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청약경쟁률은 2.14대 1로 전달 6.34대 1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졌다. 1순위 경쟁률은 하락 폭이 더 크다. 지난 1월엔 1.80대 1로 전달(6.15대 1)보다 크게 위축됐다.
청약경쟁률 하락은 전국 곳곳에서 청약자 수를 채우지 못한 '미달 단지'가 급증한 영향이다. 지난달엔 전국서 총 15개 단지가 청약 접수를 실시했는데 이 중 순위 내 청약을 마친 단지는 7곳에 불과했다. 1순위에서 마감된 단지는 2곳, 2순위까지 접수를 받아 마감된 단지가 5곳이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실장은 "정부가 11ㆍ3 대책을 통해 서울 강남4구 분양권 거래를 금지하면서 청약시장이 급격히 움츠러들었다"며 "동시에 1순위 자격도 까다로워지면서 청약자 수와 경쟁률이 같이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지표로도 확인된다. 지난해 11ㆍ3 대책 발표 직전 21.9대 1(2016년 10월)이던 청약경쟁률은 12월에 한 자릿수인 8.75대 1로 낮아졌다. 지난해 4월 이후 줄곧 두 자릿수를 유지해온 경쟁률이 9개월 만에 한 자릿수로 떨어진 것이다. 올해 들어서도 이런 분위기는 지속되는 상황이다.
1순위 청약자 수도 급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 3개월간 전국에서 80만1348명이 1순위로 청약에 나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105만7913명)보다 24.3% 줄었다.
분양시장의 후행지표인 미분양가구 수도 빨간불이 켜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으로 5만9313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해 12월(5만6413가구)보다 5.1%(2900가구) 늘어난 수준이다. 수도권의 미분양 증가세는 더 가팔랐다. 수도권의 미분양은 1만8938가구로 전월 1만6689가구 대비 13.5%(2249가구) 늘었다. 반면 지방은 4만375가구로 전월(3만9724가구)보다 1.6%(651가구) 증가하는 데 그쳤다.
청약 미달 단지가 속출하고 미분양가구 수가 다시 증가하자 시장에선 주택시장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고 있다. 게다가 이달 신규 분양 물량은 많이 늘어날 전망이다. 그동안 대내외적인 악재에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던 건설사들이 봄 분양 성수기를 맞아 분양을 서두르고 있기 때문이다.
리얼투데이 집계를 보면 3월 한 달 동안 전국 54곳에서 총 3만9783가구 중 3만3481가구(임대 포함ㆍ오피스텔과 도시형생활주택 제외)가 일반에 분양된다. 지난달(8905가구)보다 3.8배 늘어난 규모다.
양 실장은 "설 연휴와 계절적 비수기에 분양 일정을 늦춘 단지가 많았지만 하반기엔 주택시장 분위기가 더 좋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크기 때문에 올 5~6월 분양 물량이 연내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라며 "봄 성수기를 맞아 3월 분양 물량은 크게 늘어나겠지만 청약경쟁률이 두 자릿수로 늘어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주상돈 기자 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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