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취임 한 달 반만에 전·현 정권 정면충돌
FBI, 美 법무부에 공개기각 요청
[아시아경제 뉴욕 김은별 특파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한 달 반만에 전ㆍ현 정권이 정면으로 충돌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도청 의혹'을 제기한 데 이어 미 의회 차원의 공식 조사까지 요구했기 때문이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근거 없는 거짓이라며 법무부에 공개 기각을 요청했다.
4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오바마가 작년 대선 승리 직전 트럼프타워에서 내 전화를 도청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됐다"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 연루 의혹으로 궁지에 몰린 트럼프가 맞불 작전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정부가 출범 전 러시아와 내통했다는 의혹을 돌리기 위해 '도청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혹을 제시하자,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 역시 "대선 직전 정치적 목적의 수사 가능성 우려에 관한 보도는 매우 걱정스럽다"며 의회 정보위의 감독권 행사를 요청했다. 이에 대해 공화당 소속 누네스 하원 정보위원장은 "의회 차원의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 측의 주장에 대해 민주당, 특히 오바마 정부 관계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하며 반격에 나섰다.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변인 케빈 루이스는 성명을 내고 "오바마 행정부의 어떤 관리도 법무부의 수사에 관여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어떤 미국인에 대한사찰도 명령하지 않았다. 그와 다른 어떤 주장도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 역시 "뭔가 지어내 언론이 보도하게 한 뒤 '모두 그렇게 쓰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독재의 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거짓으로 밝혀질 경우 트럼프 정부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사실이라면 매우 신속하게 조사할 것"이라면서도 "그렇지 않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제임스 코미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은 법무부에 오바마 도청의혹 조사 공개 기각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측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뉴욕 김은별 특파원 silversta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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