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선고가 이르면 다음 주쯤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3월의 첫 주말인 지난 4일 서울 도심에서 탄핵 찬성과 반대 집회가 나란히 열렸다.
이날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와 탄핵 각하를 염원하는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한 세력 대결을 벌였다.
촛불집회 주최 측은 이날 서울 95만명을 포함해 전국적으로 105만명이 집회에 참가해 연인원이 1500만명을 넘었다고 발표했고, 태극기집회 주최 측은 3·1절 집회에 이어 이날도 500만명이 태극기를 들고 거리에 나왔다고 주장했다. 서로 자신들이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고 선언하듯 치열한 세대결을 펼쳤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5시 30분부터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19차 촛불집회를 개최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전국적으로 105만명의 시민들이 촛불을 들었고, 광화문광장에만 95만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촛불집회 참가자 수는 연인원 1500만명을 돌파했다. 지난해 10월 29일 2만명이 모인 1차 촛불집회 이후 불과 4개월도 채 안 돼 전 국민의 3분의 1가량이 촛불집회에 참가한 셈이다.
특히 지난해 12월 3일 열린 6차 촛불집회는 우리나라 대중 집회 사상 가장 많은 232만명이 모였고, 청와대 100m 앞까지 행진하는 진풍경을 연출하는 등 각종 기록을 쏟아냈다.
날이 풀리면서 참가자들은 종전보다 가벼운 옷차림으로 광장을 찾았고, 연인, 가족, 친구 등과 함께 탄핵 인용을 외쳤다. 이들은 소등과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하며 현재의 모든 적폐 세력에 퇴장을 명하기도 했다.
오후 7시 30분부터는 청와대와 총리공관, 헌재 방향으로 행진했다. 오후 9시쯤 광화문광장 북단에 다시 모인 참가자들은 30분 정도 노래와 춤을 추며 흥겨운 한 때를 보낸 뒤 집회를 마쳤다.
앞서 이날 오후 2시부턴 탄핵에 반대하는 친박(친박근혜)단체들의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탄핵 각하를 요구하며 총력전을 펼쳤다.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는 이날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6번째 태극기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탄핵은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측 대리인단인 김평우 변호사는 “탄핵 기각이라는 말을 쓰지 말고 각하를 요구하라”고 역설했다. 권영해 탄기국 공동대표도 “탄핵 각하를 위해 5일째 금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4시경부터 2시간가량 행진하며 세를 과시했다. 행진에 나선 참가자들은 을지로입구역 방향으로 출발해 을지로3가역, 충무로역, 명동역 등을 거쳐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왔다.
탄기국은 3·1절 집회에 이어 이날도 500만명이 집회에 나왔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사흘 간격으로 서울 인구 전체에 해당하는 1000만명이 탄핵 각하를 요구하며 태극기를 들었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난 3·1절 집회엔 기독교 단체들이 교인들을 동원했는데 이번 집회에는 육군사관학교나 ROTC 동문회, 각급 학교 동문회 등의 깃발이 많이 보였다. 그럼에도 500만명이라는 숫자는 지나치다는 게 중론이다. 집회 참가자들을 독려하는 차원의 상징적인 숫자로 해석된다.
두 집회 주최 측은 일단 다음 주말에도 집회를 열 계획이다. 퇴진행동은 탄핵이 확정되는 당일과 전날 또 그 주 주말에 광화문광장에서 집회를 연다. 탄기국은 탄핵 선고 날짜가 정해지면 곧바로 헌재로 달려가 집회를 열고, 탄핵 선고일이 오는 13일로 확정되면 오는 11일 대한문 앞에서 집회를 열 예정이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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