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서 '세계여성의 날' 기념 페미니스트 행사
[아시아경제 금보령 기자, 이설 수습기자] 오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기념해 4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보신각에서는 한국여성연합(여성연합)이 주최하는 페미니스트광장 '지금, 여기, 우리'가 열렸다.
여성연합은 성별, 성적, 지향, 출신지 등에 관계 없이 누구나 동등하게 인간으로서 존엄을 누리는 진정한 민주주의를 의미하는 '페미니스트가 민주주의를 구한다!'를 행사 제목으로 정했다. 전국에서 여성운동가 700여명이 이 자리에 참석했다.
이들은 여성운동의 주요 이슈인 낙태죄 폐지, 성별 임금격차 해소, 차별금지법 제정, 여성대표성 확대 등을 주장했다. 특히 이날 오후 5시부터 시작하는 '제19차 광화문 촛불집회'의 사전행사 형식으로 진행되면서 박근혜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서민정 한국여성의전화 회원은 "보건복지부는 출산지도를 그리면서 엄청난 질책을 받았는데 여성은 정부가 사육하는 주체가 아니다"며 "임신은 여성이 혼자 하는 게 아닌데 왜 여성이 출산, 낙태 등 모든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성희 인천 강강술래 사무국장은 "MB와 박근혜정부를 지나면서 성매매특별법은 집행되지 않고 여성의 삶은 더 힘들어졌다"며 "성산업 규모가 6조원으로 영화 산업의 5배가 됐는데 성매매를 한다는 것 자체가 여성이 피해를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조숙현 민변 여성인권위 위원장은 "지금 박근혜 대통령이 퇴진해야 한다고 하는데 퇴진 이후에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한다"며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의 17%만이 여성 의원인데 이것마저도 역대 최대 수치라고 한다. 입법, 행정, 사법부 등 각종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어디에도 평등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여성연합 20명은 '구속하시오' 공연 노랫말로 박근혜 정부를 비판하기도 했다. 가수 임창정의 '문을 여시오'를 개사해 '여보세요 구속하시오' 등으로 노랫말을 만들었다. 회원들은 '일은 하지 않고, 반성도 하지 않고, 조사도 받지 않고 왜' 등의 가사에 맞춰 춤을 췄다.
행사에 참석한 김단비(27·여) 씨는 "사실 지금 페미니스트 옷을 입고 다른 곳에 가면 이상하게 볼까봐 불안하다"며 "그만큼 우리나라에서 여성 운동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파키스탄에서 온 칸소니(21·여) 씨는 "한국에서 통역 일을 하고 있는데 여성이 차별받는 것들을 많이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여성대통령으로서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는 시민도 있었다. 독립문예지 '소녀문학'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하림(23·여) 씨는 "지금 여성대통령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여성을 위한 법이 없다"며 "명예남성이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여성의 존엄성을 상징하는 '보라색'을 활용한 풍선을 들고 보신각에서 북인사마당, 안국역을 거쳐 광화문광장까지 행진했다. 오후 4시30분부터는 광화문 북측 광장 본무대에서 제19차 범국민행동 사전대회를 열 예정이다.
금보령 기자 gold@asiae.co.kr
이설 수습기자 sseo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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