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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의 만인보] "디자인도 교육도 신명나는 잔치여야"

시계아이콘01분 37초 소요

대안미술대학 '파티' 안상수 교장

‘파티의 파티’. 일요일인 26일 서울 남산 한옥마을 국악당에서 열린 대안 미술대학 파주타이포그라피학교(PaTI, 파티)의 졸업식과 입학식은 ‘마친보람+맞이잔치’라고 내세운 것처럼 흥겨운 파티, 신명나는 잔치였다. 지난 2013년 개교한 이 학교의 학부 과정 첫 입학생 14명의 졸업식이자 새 배우미 37명의 입학식 풍경은 디자인의 대안, 미술의 대안이며 교육의 한 대안을, 나아가 우리 사회의 한 대안을 보여줬다.


무재산, 무경쟁, 무권위의 3무(無) 정신을 이념으로 하는 파티는 ‘안상수체’를 개발한 그래픽 디자이너로 잘 알려진 안상수 전 홍익대 교수가 정년을 5년 앞둔 60세에 교수직을 그만 두고 나와 만든 배곳(학교)이다. 그 자신의 말처럼 “안락한 KTX 우등칸을 타고 가다 종착역까지 가지 않고 중간역에서 내려서 티코(작은 자동차)로 갈아탄 셈”인데, 거기엔 “깊고 너른 동아시아의 역사, 지혜,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디자인 문화를 만드는 국제적 네트워크 배곳, 멋지음(디자인)과 교육으로 세상을 더 낫게 바꾸고자 하는 이들이 뜻 모아 만들어가는 배곳”을 만들어보고자 하는 '오래된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티의 교장인 안 교수는 이 학교에서 ‘날개’로 불린다. 교장의 역할이 배우미(학생)나 스승들에게 날개를 달아주는 것이라 해서 스스로 지은 그 이름에 무권위의 정신이 담겨 있다.

[이명재의 만인보] "디자인도 교육도 신명나는 잔치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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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는 ‘학교가 경쟁하는 곳이 아니라 배움의 삶이 있는 곳’이라는 것을 체험합니다. 학교는 훈육을 하는 곳이 아니라, 자유로이 얘기하고 경험하는 공간이어야 합니다.”


지난 4년의 실험은 어떤 결과를 낳고 있을까. 이날의 졸업 파티가 그 결과의 한자락을 보여주는 듯했다. 이날의 잔치는 학생들이 스스로 기획하고 진행하며 참여해 만들었다. 학생들의 잔치에 스승들은 ‘길동무’라는 자칭처럼 도와주는 역할을 맡았다. 새 배우미들의 다짐에서도 자유와 체험으로서의 교육에 대한 기대와 포부가 느껴진다. “뒤집히고 깨지고 부서져도 즐겁게” “지금 이 순간의 떨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철 들지 말자”

‘삶을 바탕으로 한 창의적 직업 디자이너로서의 소양을 쌓는’ 과정이라고 소개하고 있는 파티의 4년간은 실기 워크숍과 강의를 뼈대로, 바탕 다짐(1학년), 전공 입문(2학년), 심화(3학년), 통합·실습(4학년) 과정으로 이뤄진다. 파티에 들어온 후 첫 번째 워크숍이 자신이 생활할 작업 공간과 책상, 의자 등을 스스로 멋짓고(디자인) 만드는 것에서도 파티의 지향과 학풍이 드러난다. 학생들은 자신이 직접 만든 공간과 책상 위에서 공부하며, 배움을 마치면 자신이 만들고 썼던 가구를 가져간다. 파티 인문 수업의 첫 과목이 ‘동의학’이란 것도 이채롭다.
“파티의 모든 공부는 몸에서 시작합니다. ‘몸에 대한 경험에서 창의가 나온다’는 교육철학에서 퍼포먼스를 많이 합니다.”
배우미들은 철학, 미학, 사회, 역사, 글쓰기와 같은 실사구시의 인문 교양 수업, 시, 철학, 중용, 동양미학, 동아시아 사상, 우주론, 곤충학, 경제학, 독서와 글쓰기, 기호학 등에 이르기까지 얼핏 디자인과 관련이 없을 듯한, 그러나 ‘디자인 외의 것으로 디자인을 키우는’ 공부를 한다.


‘안 날개’는 “파티는 넉넉하지 않다. ‘가난’한 학교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그것이야말로 바로 강점”이라고, “완성되어 있을 때보다 부족했을 때 창의적인 생각을 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파티는 학교라고 틀 지워진 곳이 아니라, ‘배움’을 디자인 하는 과정”이라고 말하는 ‘안 날개’의 실험. 디자인도 교육도 파티이며 잔치여야 한다는 그 실험이 배우미들과 함께, 그 실험에 주목하고 성원하는 적잖은 이들과 함께 무르익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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