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문제원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13일 두번째 소환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지난달 첫 소환 당시 옅은 미소를 보였던 이 부회장은 굳은 표정을 한 채 조심스럽게 조사실로 향했다.
이날 오전 서울 대치동 특검사무실은 이 부회장이 도착하기 전부터 취재진과 삼성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취재진 100여명이 몰렸고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 10여명은 한참 전부터 굳은 표정으로 취재진의 동향을 살피며 이 부회장의 도착을 기다렸다.
지난달 첫 소환 때와 마찬가지로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특검사무실에 나와 이 부회장 출석할 때 구속 수사 등을 강력 요구했다. 일부 시민단체 회원들은 '이재용 구속하라', '전경련 해체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이 부회장의 구속수사를 강하게 요구했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9시25분께 검은색 세단을 타고 사무실이 있는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검은 정장차림에 짙은 회색 넥타이를 하고 나타난 이 부회장은 차에서 걸어나와 천천히 포토라인에 섰다.
이 부회장은 조사실로 올라가는 엘레베이터에 탑승하기 직전 포토라인에 서서 "오늘도 모든 진실을 특검에서 성심껏 말씀드리겠다"라고 짧게 말했다. 다만 '순환출자 문제 관련해 청탁한 사실있나', '공정위에 로비한 의혹이 사실인가', '국정농단 이후 최순실 일가 지원한 의혹이 사실인가', '경영권 승계에 최 씨 일가를 이용한 것인가'등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아무런 답을 하지 않은 채 조사실로 향했다.
이 부회장의 특검 출석은 지난달 12일 처음 소환된 이후 32일 만이며, 같은 달 19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로는 25일 만이다.
특검은 이날 이 부회장을 상대로 삼성이 '비선실세' 최순실(구속기소)씨를 지원한 배경에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연관됐는지 대가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가 당시 강화된 순환출자법에 의해 합병을 위해서는 삼성SDI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가 500만주로 축소한 것에 청와대 압력이 있었는 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특검은 앞서 지난달 12일 같은 혐의로 이 부회장을 소환조사하고 같은달 16일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3일만인 19일 새벽 법원으로부터 기각 결정을 받은 바 있다.
특검은 이번에도 이 부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으로 알려졌다. 다만 지난번과 달리 이번에는 소환조사 직후 주말이 바로 이어지지 않고, 특검의 조사도 누적돼 있기 때문에 구속영장 청구 시점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특검의 1차 수사기한이 이달 28일까지로 2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관련해 핵심 인물 중 하나인 이 부회장의 구속수사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검 관계자는 이날 오전 "15일 무렵에는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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