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철응 기자]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 논의가 조기 대선 정국에서 되살아날까. 반대 입장을 고수해온 야당이 대선 공약에 어떤 방식으로 반영할 지가 관건이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연말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정찬우 거래소 이사장을 만나 거래소 지주화에 대한 의견을 듣는 자리를 가졌다"면서 "거래소 지주화를 현행대로 추진하자는 의견과 아예 백지화하자는 의견 사이에서 문 전 대표가 어떤 방안을 제시할지 생각하는 중으로 안다"고 13일 말했다.
김 의원은 거래소 본사가 있는 부산 지역 의원인데다 금융 분야를 소관하는 정무위원회 소속이어서 그간 거래소 지주화 논의에 적극 참여해 왔다. 그는 여당이 제출한 거래소 지주화 법안과 별도로 대안을 제시하는 법안 마련을 검토하고 있다.
더민주 의원들은 대체로 거래소 지주화를 통한 경쟁력 강화 효과가 불확실하고 본점을 부산으로 못박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반대해 왔다. 하지만 문 전 대표 입장에서는 부산 지역에서 거래소 지주화를 원하는 여론이 있기 때문에 일종의 절충안을 내놓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국회 전문위원실은 법안 검토보고서에서 "유가증권시장, 코스닥시장, 파생상품시장 등 자회사로 구분해도 하나의 지주사에 속해 있어 실질적인 경쟁 촉진과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질지 실효성 문제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또 거래소 조직 규모가 커지고 자회사가 방만하게 운영되는 등 비효율과 거래수수료 인상 등 공공성 약화 우려도 있다.
거래소 지주화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 정국으로 접어든 이후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는 것이 일반적 관측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이를 적극 추진해왔고 올해 업무보고에서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거래소 내부에서도 "지금으로선 어렵다고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결국 대선 정국에서 어떤 형태의 절충안이 나올지가 관건다. 국회 정무위 관계자는 "대선을 치러야 하는 후보가 지역 이해관계가 걸린 이슈에 대해 백지화하겠다고 밝히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기존 반대 입장을 감안해서 제3의 안을 내놓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박철응 기자 he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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