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은혜 인턴기자] 편집디자인업체 ‘디자인소호’가 직장 내 성폭력 피해자를 일방적으로 해고하고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한 사실이 드러난 가운데,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는 7일 오전 11시 서울 광화문 소재 한국프레스센터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디자인소호와 이인기 대표에게 사과 및 고소 철회를 요구했다.
이들이 6일 낸 성명에 따르면 2016년 5월, 디자인 소호에 재직 중이던 디자이너 A씨는 술자리에서 직장 선배 2명으로부터 성희롱·성추행을 당했다. A씨는 곧장 사과를 요구했으나, 가해자들은 A씨에게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
이후 디자인소호 이인기 대표이사와 윤종현 이사는 A씨를 불러 해고를 통보했다. 이에 6월 A씨는 온라인 게시판에 피해 사실을 폭로했고, 이인기 대표이사는 A씨를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하기에 이른다.
회사 측의 고소 사실에 충격을 받은 A씨는 8월 온라인에 유서를 게시한 후 자살을 시도했다. 그러나 사측은 오히려 해당 유서의 내용을 문제 삼아 A씨를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2차 고소했다.
지난달 2일 서울북부지방법원은 1차 고소에 대해 ‘성폭력 피해당사자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를 선고했다.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는 “1차 고소에 대해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피해자는 2차 고소로 지난한 법정 공방을 앞두고 있다”며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던 피해자의 일상은 완전히 무너졌고, 회사의 형사고소로 피해자는 공황 장애까지 얻게 됐다”고 지적했다.
앞서 디자인소호는 회사 입장문을 통해 A씨가 자진퇴사했다고 주장했다. 6월에 스스로 퇴사할 것을 회사에 통보했고, 부당해고가 없었다는 내용의 사과문도 직접 게시했다는 것.
그러나 A씨 측은 ‘회사와 합의를 본 건 사실이지만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 및 명예훼손 고발을 피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반박했다.
전국언론노조는 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회사는 기자회견 일정이 공개된 뒤에서야 피해 당사자에게 사과하겠다는 뜻을 언론노조에 전해왔다”며 “말로만 사과하는 것이 아니라 책임 있는 자세로 이 사건을 해결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언론노조 서울경기지역출판지부가 실시한 <2016 출판계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업무와 관련하여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68.4%였지만, 문제 제기를 했는지 묻는 설문에는 77.3%가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이은혜 인턴기자 leh9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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