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독점적 지위 남용해 기술 특허 강매"
미국 FTC에 이은 애플의 중국, 미국 제소
퀄컴 입지 '흔들' 주가 15개월 만에 가장 큰 폭 하락
[아시아경제 임온유 기자] 애플이 미국에 이어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에서도 퀄컴을 제소했다. 최대 모바일 칩 제조사인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기술 특허를 강매했다는 주장이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에 이어 애플의 미국, 중국 소송이 잇따름에 따라 퀄컴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지난 23일 애플이 중국 베이징 지적재산권법원에서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했다. 애플은 "퀄컴은 중국의 반독점법을 위반했고 불공적이고 합리적이지 않은 지적재산권 관행을 보여왔다"고 주장했다.
이는 지난 20일 애플이 미국 캘리포니아 남부 연방지방법원에서 퀄컴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과 유사한 내용이다.
애플은 당시 소장에서 "퀄컴이 스마트폰 제조에 필수적인 부품 '베이스밴드 프로세서'를 무기로 수년간 기술 특허를 강매하고 지식재산권 로열티를 강요하는 등 불공정 행위를 일삼았다"고 주장하며 10억 달러(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베이스밴드 프로세서는 이동통신 기술과 휴대폰을 연결하는 부품으로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애플의 연이은 소송은 지난 17일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가 퀄컴을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제소한 뒤 나온 것이라 더욱 치명적이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아이폰 마진 압박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퀄컴과의 소송을 제기했다는 주장도 있다. 애플이 화웨이, 오포, 비보 등 중국 업체에 대항하기 위해 저가품을 내놓았고 줄어든 마진을 퀄컴에게서 되찾아오려고 한다는 이야기다.
퀄컴 역시 "애플의 주장에는 '근거가 없다'"며 "단순히 퀄컴의 기술을 더 싼 값에 사려는 꼼수"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잇따른 악재에 퀄컴의 입지는 흔들리고 있다. FTC의 제소 이튿날 퀄컴의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약 5조원 증발했고 애플의 소송 이후에는 퀄컴의 주가가 15개월 사이 최고 하락률을 보였다. 23일 53.8달러를 기록한 퀄컴의 주가는 25일까지도 여전히 56달러 주변을 맴돌고 있다.
퀄컴은 현재 한국 공정거래위원회를 포함해 유럽연합(EU)과 대만에서도 유사한 혐의로 공정거래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다.
임온유 기자 io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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