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룡 "朴대통령, '반대하는 사람들 안고 가겠다'며 장관 제의"

[아시아경제 정인철 인턴기자]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반대하는 사람들을 안고 가겠다'는 말을 들었지만 실제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5일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9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한 유 전 장관은 "2013년 2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뜻밖의 전화를 해 장관직을 제의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전 장관은 "당시 박 대통령이 '선거 과정에서 문화예술계 사람들이 저를 지지하지 않은 것을 알고 있지만 안고 가는 게 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에 유 전 장관은 보람있는 일이라 생각해 장관직을 수락했지만 2013년 8월 김기춘씨가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취임한 이후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유 전 장관은 "2014년 1월29일 박 대통령 면담을 요청해 뵌 자리에서 '반대하는 쪽을 안고 가야 한다'고 다시 말씀드렸다"며 "그랬더니 박 대통령은 '원래대로 하세요'라고 답했다"고 했다.

이어 "그 후로는 세월호 참사가 있기 전까진 문체부 소신대로 일을 진행했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청와대에서 소위 '블랙리스트'를 내려보내는 등 다시 전횡이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유 전 장관은 자신이 그만두기 전인 2014년 7월 박 대통령을 마지막으로 면담한 자리에서 '블랙리스트'와 같은 차별과 배제를 멈춰야 한다고 거듭 건의했으나 박 대통령이 반응은 '묵묵부답'이었다고 했다.

정인철 인턴기자 jungincheol@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