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중증 2급 장애가진 이 씨, 서울대치과병원 연주자로 채용돼
[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나른한 점심시간, 서울대치과병원 1층 로비에서 청아한 오카리나 소리가 울려 퍼진다. 하늘을 닮았고 하늘을 그린다는 오카리나. 맑고 고운 소리가 일품이다. 아픈 이들과 병문안을 온 사람들이 옹기종기 로비에 모여 한낮의 연주회가 선사하는 고요함을 느낀다.
오카리나를 연주하고 있는 이는 이종원 씨(26세)이다. 이 씨는 매주 월, 수, 금요일마다 서울대치과병원 1층 로비에서 약 30분~1시간 동안 오카리나 연주를 한다. 병원에서 때 아닌 연주회가 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씨는 조금은 다른 이력을 갖고 있다. 자폐 2급 중증장애인이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오카리나를 배웠고 개인 연주회까지 할 정도로 기량이 성숙됐다. 이 씨는 서울사대부속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한대학교 음악학과를 졸업했다.
이런 이 씨를 서울대치과병원이 '음악 연주자'로 고용했다. 장애인을 채용해 음악회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새로운 시도 중 하나이다.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직무를 개발해 장애인 연주자를 고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재활법은 장애인 채용 의무비율로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은 3%, 50명 이상 민간 기업은 2.7%로 정하고 있다. 장애인 고용이 의무 사항임에도 간단한 업무나 형식적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은 장애인 고용을 위한 노력으로 주차, 환자이송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애인을 고용해 왔다. 지난해 2월에는 콜센터 용역을 직영화하면서 장애인 근무자를 고용해 진료예약과 전화상담 업무를 맡기고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이번에 문화 분야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나섰다. 이 씨는 현재 서울대치과병원 직원 신분이다.
이 씨의 주 업무는 진료가 없는 점심시간 동안 1층 로비에서 연주를 통해 차갑고 긴장된 병원의 분위기를 보다 차분하고 따뜻하게 만들어 주는 역할이다. 취업이 어려워 좌절하는 중증장애인들에게는 희망을 연주하고 병원을 찾는 이들에게는 오카리나 연주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된다.
하완호 서울대학교치과병원 총무과장은 "장애인들에 대한 편견과 불합리한 인식을 깰 수 있도록 병원 내 다양한 분야에서 직무를 개발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차별 없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건강한 토대를 만드는데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라며 "서울대학교치과병원의 장애인 일자리를 위한 다양한 접근이 다른 기관에도 영향을 미쳐 장애인 고용 개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종오 기자 ikoki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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