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 않겠다"에서 적극 대응 움직임
朴대통령 간담회 보다 참모 통한 간접대응 전환한 듯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특검 수사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달려오면서 청와대와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이 여론 환기에 나섰다. 박 대통령 탄핵 이후 각종 언론보도에 "큰 틀에서 살펴야 한다"며 대응을 자제해왔지만 최근 들어 오보 등에 적극 해명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이 최근 헌재 변론에서 "박 대통령이 차명폰을 썼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청와대가 "의혹이고 깎아내리기"라고 유감을 표명한 게 대표적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20일 아시아경제와의 통화에서 일부 언론에서 '차명폰'을 '대포폰'으로 보도하자 "차명폰과 대포폰은 엄연히 다르다"면서 "도용한 게 아니고 비서관이 사용한 휴대전화를 쓰게 된 것"이라고 옹호했다.
박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이 전날 헌재 변론에서 "아마 차명폰이라는 사실도 몰랐을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비슷한 논리다.
이 관계자는 이어 "박 대통령의 차명폰은 탄핵심판의 핵심도 아니다"면서 "그런데도 (언론 등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반응이 관심을 끈 것은 그동안 "일희일비 않고 차분히 대응하겠다"는 입장과 사뭇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탄핵 이후 대통령에 대한 보좌를 할 수 없어 유지해온 낮은 자세가 미묘하게 변화됐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또 특검이 2월 초 대통령 대면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밝힌 것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 측에서는 "왜 시기를 못박았는지 모르겠다"는 불만도 감지되고 있다. 특검이 정한 시기를 청와대가 지키지 못할 경우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외에도 청와대 내부에서는 "특검이나 야당에 유리한 내용만 언론에 보도되고 그렇지 않은 이슈는 다뤄지지 않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 측이 여론 대응에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은 특검의 칼끝이 박 대통령을 겨눈 상황에서 입장을 제대로 전달할 타이밍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신년인사회 이후 기자회견이나 기자간담회의 적절한 시점을 찾았으나 사실상 실패했다. 설 연휴 직전이 유력했지만 이마저도 참모진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참모 일부는 "헌재나 특검 절차에 응하기 전에 기자회견부터 하는 것은 순서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금 시점에서 간담회를 열 경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결국 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대신 참모와 법률대리인단이 간접적으로 여론대응에 나서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여론전보다 특검 수사 대비에 보다 집중할 전망이다. 또 국회 소추위원 측이 탄핵심판 증인을 줄이고 탄핵소추의결서를 헌법위반 중심으로 다시 만들어 제출하기로 한 것 역시 여론대응전략에 변화를 준 요인으로 꼽힌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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