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슬기나 기자]정부가 일부 품목과 나라에 집중돼있는 '수출 편식'을 해소하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반도체ㆍ무선통신기기 등 일부 주력품목은 수출액이 줄어드는 와중에도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확대되는 추세다. 세계적인 저성장과 중국의 산업구조 변화, 미래 먹거리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 등과 맞물려 향후 수출편중화가 더 심각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12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3대 주력품목의 수출규모는 3851억3600만달러로 전체 수출의 77.7%를 기록했다. 전년의 79.3% 대비 쏠림현상이 소폭 낮아졌다. 5년전인 2012년의 81.1% 대비로도 개선추세가 분명하다.
이는 우리 수출이 특정 품목과 나라에 집중돼 경기부침이 심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민관이 다변화에 노력한 결과로 풀이된다. 주무부처인 산업부는 지난해 주형환 장관 취임 직후부터 수출 품목ㆍ시장ㆍ주체ㆍ방식의 다변화를 우선 과제로 내걸고 정책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이들 품목의 비중은 여전히 세계 시장과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2015년을 기준으로 한 세계평균(41.9%)은 물론, 일본(64.6%) 중국(62.3%)을 훨씬 웃돈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최근 몇년간 반도체ㆍ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비중은 수출액 증감과 관계없이 점점 커지는 모습이다.
5년 전만해도 반도체 수출은 전체의 9.2%(2012년) 상당을 차지했으나 2013년 10.2%, 2014년 10.9%, 2015년 11.9%, 지난해 12.6%까지 뛰어올랐다. 무선통신기기 역시 같은 기간 4.2%, 4.9%, 5.2%, 6.2%, 6.0%의 추세를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소폭 줄었지만 갤럭시노트7 단종사태로 우리 수출이 받은 여파가 없었다면 7%대 이상이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무선통신기기의 수출증감율은 상반기 0.5%를 기록하다, 단종사태 이후인 하반기에는 -16.8%까지 떨어졌었다.
국가별로 살펴보면 개선은 더 미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미국과 중국 두나라에 대한 수출비중은 40%에 육박한다. 또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는 주력품목이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대 품목을 기준으로 2005년 52.1%에서 2015년 64.8%까지 치솟았다. 20대 품목 기준으로 살펴봐도 74.0%에서 86.1%로 높아졌다.
전문가들은 최근 몇년간 우리 수출의 편중화가 점차 개선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높은 의존도에는 우려를 표했다.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관계자는 "13대 품목 내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품목 구성이 다변화되고 우리 수출구조와 세계무역구조 간 유사도가 높아지는 등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면서도 "대외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는 상황에서 의존도가 여전히 높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반도체 등 일부 주력품목의 수출 비중이 더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신기술이 접목된 고부가가치제품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도 볼수 있다"며 "소비재 수출 등도 늘어 조금씩 다변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수산식품, 화장품, 패션의류, 생활유아용품, 의약품 등 5대 유망 소비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 3.0%에서 지난해 4.4%까지 높아졌다.
세종=조슬기나 기자 seu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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