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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으라차차, 새해다!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3초

사실 매일 떠오르는 해는 같은 해다. 사람들이 지구가 태양을 한 바퀴 도는 시간만큼의 처음과 끝을 설정해 의미를 부여할 따름이다. 새해 해돋이를 일부러 보러 간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상투적인 것과 추운 걸 함께 싫어하는 탓일게다.


일부러 간 적은 없지만 한국의 대표적인 해돋이 명소에서 매일같이 솟구치는 해를 보며 살아보긴 했다. 포항 장기곶 인근에서 군 복무 시절 6개월동안 해안 방어 근무를 했었다. 그 때는 보기 싫어도 피할 바 없이 ‘장엄한’ 해돋이와 함께 하루가 시작되곤 했다.

하루하루가 팍팍한 시절이라 그랬는지 해돋이를 봐도 별 감흥이 없었다. ‘저걸, 누가 일부러 찾아와서 보고 가기도 하는건가’ 싶은 생각이 드는, 시니컬하고 목석같은 장병이었다. 아, 물론 좋은 것도 있었다. 제대 날짜가 하루 더 다가왔구나!


대부분 사람들에게 지나간 한 해는 아쉬움으로 남을 것이다. 좋은 일들로만 점철돼 돌아보면 흐뭇하기만 한 사람들은 얼마나 되겠는가. 삶은 여전히 힘겨웠고, 누군가는 남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1년이라는 단위로 끊어서 ‘리셋’을 하고자하는 소망을 품을 수 있음이 어찌보면 다행스럽다. 때로 엉뚱한 길을 헤매고 있거나 한없이 늘어질 때에 자신과 자신이 서 있는 좌표를 확인하고 각성하는 시간적 계기가 되면 좋지 않겠는가. 물론 끊임없이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굴려 올려야 하는 ‘시지프스의 신화’가 떠오르기도 한다. 우리는 매년 초에 결심하고, 매년 말에 후회하고 아쉬워해오진 않았는지.


목석같은 장병 시절에, 심정적으로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해가 구원이었던 때가 많았다. 훈련을 나가 차갑디 차가운 산 속에서 밤을 새울 때, 좀 과장하자면 전쟁에선 총알보다 추위가 더 무서울 수 있다는 말을 절감할 때였다. 오로지 희망은 해였다. 기다리면 어김없이 찾아온다는 것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동태처럼 굳어있던 몸이 햇빛에 서서히 녹아가곤 했다. 해는 생명의 에너지를 품고 있음이다. 인간이 살아갈 수 있는 힘이, 거기서 나온다. 다시 한 번 바위덩어리를 힘차게 밀어올리려는 다짐의 순간에 해 앞에 서고 싶은 마음을 이제는 십분 이해한다. 효과도 좋을 것이다.


어쨌거나 또 한 번 시작이다. 더군다나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닭의 해다. 닭이 상징하는 바가 최근에는 좀 거북스러워 졌지만, 그 상징이야 곧 형식적으로도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겠는가. 삶은 살아가라는 명령이고 그러려면 힘을 내야 한다. 으라차차,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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