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안종범 재소환, ‘박근혜-삼성 뒷거래’ 퍼즐 완성되나
[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 특혜 지원 의혹 관련 비선실세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를 불러 조사한다.
특검은 30일 오전 10시 장씨가 출석해 조사받을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장씨가 특검에 얼굴을 내비추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같은 시각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도 재출석한다. 특검은 이들을 상대로 삼성의 후원 경위를 집중 추궁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최씨, 조카 장씨, 김 전 차관(모두 구속기소)을 직권남용, 강요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는 조카 장씨를 앞세워 동계스포츠 이권을 노리고 작년 7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설립했다. 김 전 차관은 최씨 소개로 알게 된 장씨의 법인 설립이나 센터가 삼성전자나 그랜드코리아레저(GKL)로부터 후원금을 챙기는 과정을 거든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전자는 작년 10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총 16억2800만원을, GKL은 올 4월과 6월 두 차례 총 2억원을 센터에 후원했다. 김 전 차관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둘째 사위인 김재열 제일기획 스포츠사업총괄 사장과 센터 측 만남도 주선했다. 김 사장은 국조특위 청문회에서 “김 차관과 만난 뒤 심적 부담을 느껴 후원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피해자를 자처했다.
특검은 그러나 경영승계를 위해 각종 현안이 산적한 삼성이 경제정책을 쥐락펴락하는 행정수반인 박 대통령과 뒷거래에 나섰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삼성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국내 대기업집단 가운데 가장 많은 204억원을 출연하고, 센터 후원금 포함 94억여원을 최씨 일가에 특혜 지원했다.
장씨 측도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2부(재판장 김세윤) 심리로 열린 공판준비기일에서 “삼성 측이 강요에 의해 후원금을 냈는지 의문”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같은 법정에서 김 전 차관 측도 “(삼성 측이)불이익을 받을 것 같아 후원했다는 진술은 믿을 수 없다”며 나아가 “박근혜 대통령이 이재용 부회장을 독대한 자리에서 지원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다만 최씨 측은 범행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특검은 이날 삼성 경영승계 핵심 포석으로 읽히는 지난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하도록 외압을 넣은 혐의(직권남용) 등으로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현 국민연금 이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청와대-복지부-국민연금’으로 이어지는 의사결정 왜곡 구조가 사실로 드러나면 박 대통령은 ‘제3자뇌물수수’, 이에 간여한 삼성 수뇌부는 ‘뇌물공여’ 책임이 문제된다.
특검은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미르재단 설립 전 독대한 작년 7월 25일 안종범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이 박 대통령으로부터 ‘삼성 측이 센터를 돕도록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받은 단서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탁-대가-부정처사’ 고리가 완성되면 박 대통령과 삼성의 ‘뇌물죄’ 혐의 규명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특검은 김 전 차관을 상대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더불어 문체부 1급 공무원들에 대한 사퇴 종용이나,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회 등 문체부 입김이 닿는 자리에 특정인사 임명을 추진한 의혹도 추궁할 것으로 보인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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