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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없다는 軍… "군이 우리 아들을 두번 죽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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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없다는 軍… "군이 우리 아들을 두번 죽였습니다” 박준형 훈련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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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군이 우리 아들을 두번 죽였습니다. 아들을 잃었는데 원인을 모르겠다는게 도대체 말이 됩니까? 왜 서로 책임만 떠넘기는 겁니까"

지난 2014년 9월 포항 해병대 수류탄 폭발사고로 숨진 박준형 훈련병의 아버지 박재한씨는 23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말을 잇지 못했다. 22일 국방부가 "수류탄 품질 결함은 확인되지 않았다"며 수류탄 폭발사고결과를 발표하자 박 씨는 답답함을 숨기지 못했다.


박씨는 "창원기계공고 재학하던 아들은 전국 기능대회에서 경남도지사상을 수상할 정도로 똑똑했어요. 경남 창원에 소재한 방산기업에 취업한 것도 학교 추천서 덕분이었죠. 그런데 지금은 방산기업과 소송을 진행중이니 아이러니컬하죠"라며 말을 이어갔다.

박 훈련병은 생일을 일주일 앞두고 사고를 당했다. 박씨가 아들을 마지막으로 만난 것도 이때다. 당시 해병대 관계자는 박씨에게 "준형이는 수류탄을 꼭 쥐고 있었고 준형이의 잘못은 없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조사결과 발표는 전혀 달랐다. 국방부는 민간인 7명과 군 관계자 6명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해병대 사고 수류탄과 같은 연도(2005년), 같은 라인에서 생산된 수류탄 전량(5만5155발)을 조사했다. 국방부는 조사결과에 대해 "생산품에도 이상이 없고, 생산품을 군의 품질검사에도 이상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군도 마찬가지다. 해병대 관계자는 조사결과를 발표하면서 "훈련병, 교관은 훈련의 절차를 준수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인적 과실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군내부에서는 잘못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이다.


박씨는 "사고가 발생한지 1년만에 육군 50사단에서 아들이 사용한 수류탄과 같은 연도에, 같은 라인에서 생산된 수류탄이 다시 폭발했어요. 아들 사고 발생후 전량수거했다면 똑같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라고 토로했다.


의문도 제기했다. 박씨는 올해 중순 군 당국자로부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할 생각이냐"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당시, 아들의 신체조건을 이리저리 물어보더니 국방부가 조사결과에서 요즈음 장병들의 손사이즈가 커져 수류탄 크기도 크게 바꾸겠다며 대책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업체나 군의 잘못이 아닌 장병의 신체가 커졌고, 결국 수류탄이 작아 장병의 실수로 놓친것 아니냐는 결론으로 몰아간다는 것이다.


박씨는 "군의 책임떠넘기기에 한숨만 나온다"며 " 눈감고 아웅하는 식으로 대책만 세운다면 '제 2의 준형'이는 다시 나올 것"이라 답답해 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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