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주식시장이 연말 까지 상승 랠리를 탈 것이라는 전망이다.
탄핵 가결로 투자 심리 불안이 해소된 데다 예년 연말 상승세인 ‘산타랠리’까지 더해져 증시 오름세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배경에서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유가증권시장지수(코스피)는 3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나타냈다. 지난주 코스피는 박 대통령의 3차 담화후 새누리당 비상시국위원회가 탄핵 동참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데다 야권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면서 크게 요동쳐 1970선마저 내줬다.
그러다 지난 6일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과 관련한 국정조사 1차 청문회가 열리자 코스피는 상승세로 전환하는데 성공했다. 7일에도 상승세를 보인 코스피는 탄핵안 표결 전날인 8일에는 단숨에 2000선을 돌파했다. 2% 가까이 오르며 2031.07로 마쳤다.
다만 탄핵안 표결일인 9일 코스피는 0.31% 내린 2024.69로 마감했다. 이는 탄핵 표결 직전 눈치보기에 전날 코스피가 크게 상승한 것에 따른 차익실현 물량때문으로 해석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탄핵 가결로 코스피가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예측대로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투자 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는 맥락에서다.
또 국민의 다수가 탄핵 가결을 지지하고 있어 사회 전반이 안정화될 가능성도 높다. 윤영교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했는데,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이 '정치 탄핵'이었던 반면 이번 탄핵은 '비리 탄핵'이라서 성격이 다르다"며 "지금 한국 증시는 정부와 기업 투명성이 제고되면서 재평가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는 중요한 분기점에 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증시 흐름과 지금은 온도차가 느껴진다. 당시 탄핵안이 발의된 2004년 3월9일부터 표결일인 12일까지 코스피는 나흘간 5.7% 빠졌다.
가결로 결론이 나자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3% 하락한 848.80에 마감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당시 탄핵은 지금 처럼 국민적인 지지를 받아 추진한 것이 아니라서 가결로 결론이 나자 정국이 불안해지면서 투자심리도 위축돼 코스피가 하락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노 전 대통령 때는 정치권의 갑작스러운 논의로 시장이 깜짝 놀란 측면이 있다"며 "이번에는 표결 결과의 영향이 상대적으로 더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탄핵 가결후 일부 테마주가 이상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8일 '황교안 테마주'로 꼽히는 인터엠이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터엠은 지난 7일 보다 955원(29.89%) 오른 4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인터엠이 4000원을 넘긴 것은 지난 2000년 6월 이후 16년 6개월만이다. 인터엠은 조순구 대표가 황교안 국무총리와 대학 동문이라는 이유로 '황교안 테마주'로 분류된다.
증시 전문가들은 헌법재판소 절차가 남아있지만 중장기적으로 긴 호흡으로 볼때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데 동감하고 있다. 탄핵안 표결이 끝나면 다음주에는 12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기다린다.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12월 FOMC가 끝나면 코스피가 강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연구원은 "탄핵이슈보다는 다음주 열릴 미국 FOMC에서 온건한 금리인상을 결정할 것이라는 기대감으로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전체 지수흐름을 좌우하는 것은 미국의 기준 금리인상과 배당 등으로 분석된다"고 강조했다.
지기호 LIG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FOMC 이후에는 연말 배당 매수가 유입될 것"이라며"코스피는 지금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올해를 마감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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