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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요일에 보는 경제사]목화는 정말 밀수품으로 들어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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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요일에 보는 경제사]목화는 정말 밀수품으로 들어왔을까 목화솜(사진=한국학중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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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우리나라 경제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 바로 충선공(忠宣公) 문익점(文益漸) 선생이다. 문 선생은 한국의 의류산업을 송두리째 바꾼 목화를 가져온 인물로 알려져있다. 또한 선생이 보급한 목화로 만든 면직물은 조선시대 후기까지 민간에서 화폐로 사용됐다.

이래저래 우리나라 경제사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 위인으로 알려져있다보니 목화를 가져왔을 때의 우여곡절 또한 보통 '붓두껍 밀수'이야기로 널리 알려져있다. 이에 따라 문 선생을 흔히 한국사 최초의 산업스파이로 부르기도 한다.


보통 교과서나 위인전을 통해 배우는 내용에는 목숨을 걸고 목화씨를 붓두껍에 숨겨 가지고와서 3년간의 노력 끝에 배양에 성공, 전국에 목화씨가 퍼지도록 한 뒤 때마침 장인인 정천익 선생의 집에 머물던 원나라 승려 홍원(弘願)에게 씨를 빼는 씨아와 실을 뽑는 물레 만드는 법을 배워 의복을 짜서 입도록 했다는 것.

[金요일에 보는 경제사]목화는 정말 밀수품으로 들어왔을까 물레(사진=두산백과)


하지만 실록에 등장하는 목화 전래 이야기는 느낌이 전혀 다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긴장감 넘치는 국경에서의 검문 장면 같은 것은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 실록에 등장하는 기록은 정말 기운 빠질 정도로 짤막하다.


"계품사(計稟使)인 좌시중(左侍中) 이공수(李公遂)의 서장관(書狀官)이 되어 원(元)나라 조정에 갔다가, 장차 돌아오려고 할 때 길가의 목면 나무를 보고 그 씨 10여개를 따서 주머니에 넣어 가져왔다."


또한 우리나라 실록뿐만 아니라 당시 원나라 기록에서도 목화가 딱히 금수품목 중 하나였다는 기록도 없다. 당시 원나라의 금수품목은 주로 지도와 화약 등 군사와 관련된 무기류가 대부분이었다. 목화씨를 빼내는 기술이나 목화에서 실을 잣는 기술 등도 국가기밀이 아니라 농민들에게 나눠주는 농서에 모두 기록된 내용이었으며 누구나 관심을 가지고 배우고자하면 동네 가정집 아낙에게서도 배울 수 있는 지식들이었다.


[金요일에 보는 경제사]목화는 정말 밀수품으로 들어왔을까 문익점 초상(사진=두산백과)


이로인해 현재 붓두껍 밀수 이야기는 후대에 문 선생의 공로를 더욱 더 빛내기 위한 설화로 추정되고 있다. 오히려 당시 원나라로 갔던 문 선생이 목숨을 걸어야 될 일은 따로 있었으며 목화씨 밀수보다 훨씬 큰 정치적 문제였다.


문 선생이 원나라에 사신으로 간 것은 1363년. 당시 원나라는 황제인 혜종(惠宗)의 총애를 받던 고려인 기녀 출신인 기황후, 즉 보현숙성황후(普顯淑聖皇后)가 좌지우지 할 시기였다. 기황후는 1356년 자신의 오빠인 기철(奇轍)이 공민왕에 의해 주살되자 공민왕에게 매우 큰 원한을 가지고 있었고 이에따라 공민왕을 폐위시키고 충선왕의 셋째 아들 덕흥군(德興君)을 왕으로 옹립하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문 선생과 사절단이 원나라로 도착했을 때, 원나라 조정에서는 덕흥군을 고려왕으로 책봉하고 1만의 병력을 주어 고려로 진격시켰다. 이에따라 사절단은 명분 차원에서 앞서는 덕흥군을 왕으로 모실지 원래 주군인 공민왕에 대한 의리를 지킬지를 놓고 큰 고민에 빠지게된다. 여기서 문 선생은 덕흥군 파에 서게 됐다.


그러나 덕흥군의 병력이 공민왕의 명을 받들고 출동한 최영(崔瑩)과 이성계(李成桂) 등 고려군에 대패했고 공민왕은 왕위를 유지하게 됐다. 이에따라 할 수 없이 고려로 돌아온 문 선생은 삭탈관직됐다. 말하자면 소위 '줄'을 잘못선 것. 그나마 정상참작이 많이 됐기 때문에 목숨은 건질 수 있었다.


이후 낙향한 문 선생은 원나라에서 입수한 목화를 전국에 보급시키면서 공로를 인정받아 우왕 때 잠시 복직했으나 조선 건국에는 또 반대하면서 다시 삭탈관직, 낙향했고 이후 조선왕조에서는 벼슬을 살지 않고 목화 보급에만 힘쓴 것으로 알려져있다.


최근에는 삼국시대에 이미 면직물 생산이 이뤄졌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문 선생의 목화 도입 신화가 많이 깨졌다. 하지만 삼국시대 들어온 목화는 인도산으로 한반도 기후에는 잘 안 맞아 생산량 적었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목화는 원래 고온 건조한 곳에서 잘 자라는 식물로 알려져 사계절이 뚜렷하고 장마철이 긴 한반도 기후에는 적합지 않았기 때문이라 한다. 문 선생이 가져온 것은 중국에서 개량된 목화로 우리 기후에서도 잘 자랐기 때문에 면직물 생산이 조선시대부터 급증하게 됐다.


문 선생이 장인인 정천익 선생과 처음 목화를 시험 재배한 것으로 알려진 경상남도 산청군 단성면 사월리에는 문익점면화시배지(文益漸棉花始培地)가 사적 제108호로 지정되어 있고, 여기에 삼우당선생면화시배사적비(三憂堂先生棉花始培事蹟碑)가 세워져 있다. 서울에도 문 선생과 관련된 지역이 하나 있으니 현재 서울시 영등포구 문래동(文來洞)이다. 이곳은 문 선생의 목화재배지 중 하나라는 전설에 따라 '문익점이 온다'는 의미에서 문래동이란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일제시대에는 방직공장이 밀집해있던 지역이다.


붓두껍 밀수 신화는 비록 사실이 아니지만 민간에서는 이렇게 지명에까지 넣어가며 그의 업적을 기억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불운 속에서도 나라를 생각해 목화를 가져와 재배하고 백성들을 위해 보급에 힘쓴 점은 후세 관료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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