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 극복하고 부조리 개혁의 계기로 삼아야"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주요 외신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따른 박근혜 대통령 탄핵 가능성을 높게 보면서도 정치 스캔들이 궁극적으로 한국의 정치·경제를 한단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7일(현지시간) 국회의 박 대통령 탄핵 표결 상황과 식을 줄 모르는 국민적 분노 등을 상세히 전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WP는 수백만명의 국민들이 매주 거리로 뛰쳐나가고 있고 국회도 탄핵을 추진하고 있지만 박 대통령은 자진 사퇴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탄핵이 된다고 하더라도 헌재 판결 등 법적 절차를 고려하면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오래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한 대목이다. 신문은 다만 이번 스캔들이 과거 독재 정권 붕괴와 같은 수준은 아니더라도 분명히 한국을 다음 단계로 도약하게 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정희 정부 시절 빠르게 진행된 산업화와 대기업들의 급속한 성장을 바탕으로 한국 경제는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현재 한국의 미래는 그리 밝지 않다. 삼성전자, 한진해운 등 대기업들은 위기에 빠져있고 경제침체, 양극화 심화에 따라 한국인들의 불만은 높아져만 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순실 씨가 개입된 전방위적인 국정농단과 비리, 특혜, 부정입학 등의 사건들이 줄줄이 부상하면서 '불공정한 사회'에 대한 한국인들의 분노가 박대통령의 탄핵으로 이어졌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그럼에도 대통령 탄핵이라는 전무후무한 사건이 단기적인 진통을 가져오겠지만 이를 잘 극복하고 정치·사회 시스템의 부조리를 개혁할 수 있는 계기로 삼는다면 궁극적으로 한국의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신문은 평가했다.
AP통신은 독재자의 딸에서부터 한국의 첫 여성 대통령이라는 역사를 새로 쓰기까지 박 대통령의 흥망성쇠를 집중 조명하면서 탄핵의 기로에 놓인 대통령의 실정(失政)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했다. 통신은 특히 북한에 대한 강경론 고수와 개성공단 폐쇄 등으로 북핵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지 못했으며 세월호 참사 때의 미성숙한 대응, 경제 회생 실패, 소통 불능과 결단력 결여 등을 박 대통령의 문제점으로 꼽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젊은층 뿐만 아니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들인 노년층 중에서도 박대통령에 등을 돌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 놀랍다고 지적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의 근대화를 일군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을 딸이 훼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권력 유지가 한국의 국가적 이미지를 깎아먹는다고 느끼는 시민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박 대통령의 조기 퇴진 이후 한국 사회는 어떤 사람을 수장으로 뽑아 현재의 위기를 수습할지에 집중돼야 한다고 신문은 조언했다.
조목인 기자 cmi072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