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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영국사 깊이 읽기’, ‘HHh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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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오노 나나미가 로마인 이야기 4권에 이렇게 썼다. “오전 10시, 최초의 로마 선박이 브리타니아 해안에 도착했다. 윈스턴 처칠이 대영제국의 역사는 이때부터 시작된다고 말한 기원전 55년 8월 26일이었다. 하지만 대영 제국 역사의 시작치고는 너무나 위엄이 없는 첫걸음이었다.” 이 여성의 글은 품위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경우가 드물지만 이 대목은 각별히 무례하다. 첫째로는 그 서술의 태도가, 둘째로는 처칠이 언제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했는지, 아니면 어딘가에 썼는지 정확히 드러내지 않았기에 학자(시오노가 진짜 학자인지에 대해 논란은 있겠지만)로서 양식을 결하고 있어서 그렇다.


처칠은 1956년에 꽤 수준이 높은 역사서를 하나 썼다. 제목은 ‘영어 사용 민족들의 역사(A History of the English-speaking Peoples)’이다. 대영제국의 총리를 지낸 처칠이 지을 수 있는 최선의 제목이다. 이 책은 네 권으로 돼 있는데, 1권은 로마 장군 카이사르의 브리타니아 침략(기원전 55년)에서 제1차 세계대전의 발발(1914)까지이다. 이 책을 머리말부터 읽으면 처칠이 말하려는 뜻을 이해할 수 있다. 로마의 침략은 브리타니아가 대륙의 질서에 편입되는 계기가 되었고 로마식 문명화의 기회를 제공했다는 인식이다. 일본 귀족교육기관인 학습원에서 공부한 시오노의 마음에 꼭 들어맞는 대목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처칠의 책을 꽤 열심히 뒤져봐도 “기원전 55년 8월 26일 로마 선박이 브리타니아 해안에 도착하면서 대영제국의 역사가 시작되었다”는 글귀를 찾기 어렵다.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나 없었으면 좋겠다는 기대를 가지고 찾으면 못 보기 십상이다. 누군가 찾아내 페이지 번호를 알려주면 고맙겠다. 무식한 기자 또는 매체라고 빈정거려도 상관없다) 입심 좋은 시오노가 처칠이 쓴 책의 내용을 에두르거나 얼버무려서 최대한 폼 나게 처칠의 이름을 팔았는지도 모른다. 로마인 이야기 곳곳에 그런 대목이 보인다. ‘이 사람이 진짜 원전(原典)을 읽어보기나 한 건가?’ 싶은. 아마 상당 부분 번역 과정에서 발생한 어려움일 테지만.


시오노는 전쟁과 전투에 대해 쓸 때는 피 냄새를 맡은 짐승처럼 예민하고도 흉포한 문장을 휘둘러댄다. 한니발 전쟁을 쓰는 데 한 권을 다 투자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비정해 놓고 담론을 열어야 할 때 때로는 말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애매하게 문을 닫고 나가기도 한다. 많은 분들이 시오노를 인용해 “기원전 55년 8월26일 로마 장군 카이사르 휘하의 선박이 브리타니아 해안에 도착하면서 대영제국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윈스턴 처칠은 말했다”라는 식으로 글을 쓰거나 말한다. 이렇게 쓰거나 말하려면 누구의 어느 책, 또는 누가 어디에서 한 말을 인용했는지 근거를 정확히 밝혀야 한다. 아무리 모양이 나는 글귀라도 주인이 있는 법이고, 그 주인이 거짓말을 하거나 훔쳤을 수도 있으니까.

아무튼 로마군은 훗날 런던이 되는 곳에 기지를 세웠고 (로마인이 보기에는 야만인이었을) 토착 켈트족 일부는 저항하다가 스코틀랜드·아일랜드로 쫓겨났다. 로마의 지배에 순응한 일부는 시오노의 생각대로 문명화 과정을 거쳤다. 로마군이 물러가자 힘의 공백 상황이 벌어졌고, 켈트 족 사이에 내전이 벌어졌다. 남부 켈트족은 게르만 계열의 앵글로족과 색슨족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바다를 건너온 이들은 켈트족을 제압하고 눌러앉은 뒤 왕조를 세웠다. 이게 영국(정확히는 잉글랜드)의 성립 과정이다. 그러나 이영석이 쓴 ‘영국사 깊이 읽기’는 청동칼이 절그렁거리는 브리타니아의 고대사가 아니다.


[신간안내] ‘영국사 깊이 읽기’, ‘HHhH’ 영국사 깊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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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사 깊이 읽기(이영석 지음/푸른역사/2만원)
근대 영국을 사회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세계사의 시각에서 영국의 근대화를 재조명하며 영제국의 형성과 변모까지 살핀 책이다. 30여 년간 영국 근대사를 연구해온 저자가 동아시아 출신 연구자의 입장에서 근대 영국 역사를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하나는 전통 지배 세력이 근대화 과정에서 뒤처지거나 약화되지 않고 오히려 그 발전을 이끌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의 변방에 지나지 않던 작은 섬나라가 근대 세계의 형성을 주도해 나갔다는 사실이다. 영국의 근대화 과정은 전통에 기반을 두었거나 전통과 혁신이 뒤섞인 모호한 모습을 보인다. 이것은 영국 근대사의 저변에 깔린 중요한 배경이며, 오늘날까지 영국 사회가 지속과 변화,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의 공존이라는 이중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요인이다.


저자는 ‘근대의 공간’과 ‘영국사와 외부 세계’라는 두 부분으로 나누어 영국 근대사에 접근한다. 제1부는 16세기부터 19세기에 걸쳐 영국 근대 생활공간의 형성과 변화를 살핀다. 근대 도시, 정기 시장, 소매업 같은 근대적 생활공간의 형성을 탐색하고, 농촌 생활공간의 직선화, 근대 산업 문명의 상징으로서 세계박람회 등을 세밀하게 재현한다. 특히 근대적 생활공간의 형성에서 합리적 기획에 따른 결과도 중요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우연한 사건과 계기에 의해 촉발되거나 자극받은 현상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2부는 근대 영국을 외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이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지구사적 시각에서 영국의 근대화와 산업화 과정을 다시 조명하고, 19세기 영국 사회의 변화가 제국 경험 또는 주변부 지역의 문화적 영향과 어떤 관계를 가지는지를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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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안내] ‘영국사 깊이 읽기’, ‘HHhH’ HHhH

■HHhH(로랑 비네 지음/이주영 옮김/황금가지/1만3800원)
1942년 5월 27일. 나치 독일에 병합된 체코슬로바키아의 수도 프라하에서 보헤미아­모라비아 보호령 총독 라인하르트 하이드리히가 괴한들에게 습격당해 중태에 빠진다. 범인을 찾기 위해 전국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병원으로 이송된 하이드리히는 가까스로 의식을 회복한다. 그러나 상태가 호전된 것처럼 보이던 하이드리히가 폭발로 인한 감염 때문에 1주일 만에 숨을 거두자 정보기관 총책임자를 잃은 나치스 수뇌부는 공황 상태에 빠진다. 암살범을 색출하기 위해 혈안이 된 점령군 사령부에 밀고자가 찾아오면서 수사는 급물살을 탄다. 범인은 영국에 자리 잡은 체코 망명 정부가 파견한 공수부대원 요제프 가브치크와 얀 쿠비시였다. 밀고자의 제보를 통해 하이드리히 암살 계획인 유인원 작전(Operation Anthropoid)의 전모를 밝혀낸 점령군 지휘부는 레지스탕스 조직을 일망타진한 뒤 가브치크와 쿠비시가 숨어 있는 교회를 습격한다. 가브치크 일행은 교회 지하실에 몸을 숨긴 채 격렬하게 저항하다가 체포되기 직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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