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우리 수출이 폭풍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한·미 간 통상마찰이 예상되는 것은 물론 세계 교역 감소와 미·중 갈등 심화에 따라 대(對) 중국 수출에도 비상이 걸렸다. 우리 수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감소는 기업 경영 악화와 경상흑자 감소로 곧바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24일 정부와 관계기관에 따르면, 내년 1월 출범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른 관세 부과, 수입제한 등과는 별도로 중국의 보조금 지급과 지적재산권 침해에 대한 제재, 반덤핑관세 부과 등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미국 신행정부의 대중국 통상정책과 한·중 경협에의 영향' 보고서에서 "미국의 무역적자는 지난해 7371억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2006년 8373억달러)에 근접했으며, 이 가운데 49.6%인 3664억달러가 대중 무역적자였다"며 "내년 4월 미 재무부의 환율보고서 발표 때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미·중 간 통상마찰은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에 적지 않은 피해를 입힐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 가공무역 위주로 수출을 하고 있는 우리 기업으로서는 중국의 대미 수출부진에 따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다. 대중 수출품 가운데 중국 내수용이 34.0%에 불과한 데 비해 가공무역 49.6%, 보세무역 15.7% 등 재수출용은 65.3%로 이른다.
국제금융센터는 '우리나라의 대 중국 수출동향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향후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될 경우 세계적 교역 감소, 대중 수출 구조, 중국의 자체조달 증가 등에 따라 대중 수출 부진이 심화될 우려가 있다"면서 "대중 수출 감소가 경상수지 흑자 규모 축소로 이어지면서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에도 유의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위안화 절하의 수출제고 효과가 제한되면서 우리 기업에 대한 단가인하 압력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며 "지난해 위안화가 4.6% 절하됐음에도 불구 중국의 전체 수출과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은 2.9%와 5.6%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요구할 경우, 결과에 따라 우리 수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산업연구원(KIET)은 최근 발표한 '트럼프 경제정책의 영향과 대응방향' 보고서에서 "미국이 한·미 FTA 재협상을 강력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취임 초기에는 보호무역 강화의 신호로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무시하는 조치를 취해 통상마찰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KIET는 "한·미 FTA 재협상 시 법률·의약품 서비스 개방 확대, 관세 철폐 스케줄의 기한 연장, 지식재산권에 대한 관리·감시 강화 등을 요구받을 것"이라며 "철강, 화학, 백색가전 등은 강화된 보호무역 조치로 타격을 입고 수입규제 강화로 인한 합성고무, 기계산업의 피해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은 "수출환경이 급변하고 있어 정부가 한·미 FTA 재협상 등에 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업들이 좋은 상품을 만들어 수출시장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세종=조영주 기자 yjch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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