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모들과 전화통화 늘고 목소리도 평소와 다름 없어
정치적 지형, 법리대응 고려할 때 밀리지 않는다 판단한 듯
탄핵돼도 황교안 총리가 직무대행
특검은 편향성 문제삼을 가능성도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버티기'가 굳어지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을 사실상 피의자로 지목한 검찰의 중간수사 발표 이후 더욱 강경해졌다. 참모진의 건의로 22일 주재할 예정이었던 국무회의는 여론을 의식해 불참했지만, 국정을 챙기는 모습은 예전과 다름없고 퇴진 요구에도 '절대 물러설 수 없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박 대통령의 국정챙기기는 전혀 변함이 없다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문고리3인방'이 버티고 있을 때보다 참모진과의 전화통화도 늘었으며 보고받을 때 목소리톤도 전혀 주눅들지 않았다고 한다. 한광옥 비서실장은 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각 수석비서관실 실무업무를 담당하는 비서관들을 순차적으로 만나면서 흔들림 없는 업무태도를 당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는 정치적인 상황 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한번 해볼만 하다는 계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야당이 서두르는 탄핵은 국무총리가 방파제 역할을 하고 있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조건이 바뀌었다"며 국회의 총리 추천 제안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내비친 것도 탄핵정국에서는 황 총리가 버텨야 한다는 의도에 따른 것이다.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해 대통령 직무가 정지되더라도 황 총리가 대통령의 뜻을 이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결까지 최장 6개월이 소요되는 상황에서 야당이 그 기간 동안 청와대를 압박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국민의당이 탄핵에 앞서 총리부터 추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도 이 같은 배경이 자리잡고 있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도 "야당은 탄핵과 책임총리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언급했는데, 탄핵을 하려면 총리 교체는 안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박 대통령이 22일 재가한 특검법도 정치적으로 불리하지만은 않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청와대는 발효된 특검법에 따라 대통령이 특별검사를 임명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중립성을 이유로 거부할 여지도 있기 때문이다.
전례도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2년 내곡동 사저부지 매입 의혹과 관련해 특검법을 수용했지만 야당이 추천한 특별검사 임명을 거부하고 재추천을 요구해 논란을 일으켰다. 특별검사를 임명하더라도 검찰 조사가 편향적이라는 이유로 소극적으로 임할 가능성도 있다.
청와대는 정치적인 상황과는 별개로 법리적인 부분에서 적극 해명하는 방안도 준비하고 있다. 특검과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예상되는 헌법재판소 법리논쟁을 대비하는 것이다.
박 대통령 변호를 맡은 유영하 변호사 외에 별도 변호인단을 구성하기로 한 것도 검찰 수사결과를 뒤집겠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검찰 수사 이후 변론을 자청하고 나선 변호사들이 꽤 된다는 점도 박 대통령의 자신감에 힘을 더하는 요소다.
변호인 측은 최순실씨의 비리가 박 대통령과 무관하고 공문서 유출에 대해서도 단순히 참고하기 위한 의도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유 변호사는 검찰 수사 결과를 반박하는 자료에서 "특정 개인이 (미르ㆍK스포츠)재단 사업 추진 과정에서 대통령 몰래 이권을 얻으려고 했다면 이는 대통령과 무관한 개인 비리에 불과하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최순실이 개인 사업을 벌이는 사실은 전혀 모르고 있었으며, 최순실 등이 개인 이권을 위해 K스포츠재단 등을 이용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라고 덧붙였다.
또 연설문 등 공문서의 외부 유출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일부 연설문의 초안 단계에서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 '최순실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을 뿐, 연설문 자체를 '최순실에게 직접 보내라'고 지시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법리상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성립하려면 단순히 문건이 청와대 밖으로 나갔다는 사실로는 부족하고 그 내용이 '실질적으로 보호할 가치가 있고', 누설로 인해 '국가의 기능에 위협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대법원의 확고한 판례"라며 "유출 문건 중 연설문은 단 1건이며, 이를 대통령이 의견을 구한 연설문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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