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수사 압박·특검 조사 시점에 고심 큰 듯
靑 "사표 수용 여부 결정 안됐다"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김현웅 법무부장관과 최재경 민정수석비서관이 동시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배경을 놓고 청와대가 당혹스러운 모습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검찰수사의 중심에 서있고, 본인이 재가한 특검법에 따라 특별검사의 조사를 받아야 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장관과 수석의 동시 사의가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하고 있다.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은 23일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사의 표명은 맞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수용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힌 것도 법무라인의 일괄 퇴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참모들도 이들의 사의 표명이 언론보도로 나오기 전까지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오늘 오전까지 정상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면서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법조계 안팎에서는 20일 검찰의 중간수사결과 발표가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박 대통령을 '피의자' '공범'으로 규정한데 이어 청와대가 검찰 수사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사상누각'이라고 비난하면서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장관과 이를 관할하는 민정수석이 느끼는 부담이 컸다는 것이다.
법조계에서는 검찰과 청와대 사이에서 장관과 수석의 운신의 폭이 좁았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장관의 사의 표명이 검찰 수사발표 다음날인 21일에 이뤄진 점도 이 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다만 검찰이 박 대통령을 향해 대면조사 압박을 가하고 있고 특검을 준비하는 시점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법무라인 책임자 두 사람이 모두 사의를 표명한 것은 또 다른 포석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특히 최 수석의 경우 대통령을 법률적으로 보좌하는 게 본래 업무인데다, 임명장을 공식적으로 수여받은 시점도 불과 닷새전인 지난 18일이다.
이에 따라 검찰과 특검을 압박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사의를 표명했을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린다.
현재로서는 두 사람의 사표를 수리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특검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관둘 경우 공백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장관의 경우 인사청문회 등 임명절차에 최소한 한달의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어렵다.
최일권 기자 ig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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