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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요일에 보는 경제사]임진왜란 부른, 조선 은(銀)제련 신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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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판 은이 총칼로 바뀌어 돌아온 비극…당시 '상대적 선진국'은 왜 퇴보했는가

[金요일에 보는 경제사]임진왜란 부른, 조선 은(銀)제련 신기술 일본 시마네현 이와미 은광 입구(사진=두산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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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현우 기자]일본 시마네현의 이와미 은광(石見銀山)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중 하나로 유명한 관광명소다. 15세기 개발된 이후 막대한 은이 나왔던 이곳은 일본을 한때 세계 2위의 은 생산국가로 일으킨 곳으로 알려져있다.

우리나라 역사와도 여러모로 밀접한 관련을 지닌 곳이다. 이 광산의 은을 개발할 수 있게 된 원천기술 자체가 조선에서 개발된 연은분리법(鉛銀分離法)이란 신기술이었다. 그렇기에 은광 개발 초기단계부터 조선의 관료들과 상인들이 밀접하게 개입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애초 일본에 처음으로 은맥을 찾고 은광 채굴기술을 들여온 것도 조선인들로 알려져있다.


그렇게 일본 전역에서 판 은이 조선에 다시 총칼로 돌아오리라고는 당시엔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대외무역을 할만한 생산품이 없던 일본은 남미 포토시(Potosi)에 이어 세계 2위의 은 생산국가로 떠올랐고 그 은을 통해 포르투칼 상인들로부터 조총을 매입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일으킨 임진왜란의 전비 또한 이와미 은광의 은으로 마련됐다.

이 모든 사태의 시발점은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90년 전인 1503년, 함경도 단천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실록에 의하면 당시 단천 탄광에서 일하던 양인 김감불과 장예원 노비 김검동이 연은분리법을 개발했다. 그 둘은 몰랐겠지만 이 기술을 세계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연은분리법은 납이 포함된 은광석에서 녹는점의 차이를 이용해 납을 산화시킨 후 은을 골라내는 기술이다.


[金요일에 보는 경제사]임진왜란 부른, 조선 은(銀)제련 신기술 중국 명나라 때 주조된 은화(사진=위키백과)


이전의 은 채취법은 금 채취보다 어려웠고 그래서 당시엔 은값이 금값에 맞먹었다. 또한 은은 당시 명나라에서 주요 화폐로 사용되고 있어 명과의 교역에서 아주 중요한 상품이었다. 그래서 연은분리법이 조선 전역으로 퍼지자 함경도 근처에 은 광산이 여기저기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나 중종반정 이후인 1516년, 조선 조정은 지나친 인플레이션을 경계하고 명나라에서 대규모 조공 요구가 들어올 것을 염려해 은광들을 폐쇄하기에 이른다. 조정이 은광을 단속하기 시작하자 조선 상인들은 지방 관리들과 손을 잡고 은 광산 노다지이자 아직 손을 타지 않은 일본의 은맥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초창기에는 일본에서 바로 납이 섞인 은광석을 캐서 조선으로 가져와 순은을 만들어 되파는 가공무역이 발전했다고 한다. 이후 수송비용 등을 고려해 아예 일본에서 순은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일본은 세계적인 은 생산 국가로 탈바꿈했다. 조선 조정은 계속 단속했지만 민간차원에서 밀교역이 계속돼 이른바 왜은(倭銀)이 조선으로 계속해서 흘러들어왔다. 이 왜은은 다시 명나라와의 교역에 쓰였다.


1542년에는 일본에서 온 외교사절들이 사무역을 하면서 대량의 은을 시장에 풀자 은값이 순식간에 8분의 1 가격으로 대폭락하기도 했다. 이후 조선조정은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해 왜은의 수입을 공식적으로 금지하기에 이르렀지만 지방 관아들과 상인들의 탐욕을 모두 단속할 수는 없었다.


[金요일에 보는 경제사]임진왜란 부른, 조선 은(銀)제련 신기술 조총 사격 재현모습(사진=위키디피아)


이듬해인 1543년, 일본 다네가시마에 포르투칼 상선 하나가 표류한다. 이들이 가져온 화승총에 매료된 일본 영주들은 은을 주고 총을 몇 자루씩 사기 시작했다. 처음엔 현재 시가로 2억엔에 상당하는 은을 주고 총을 샀다고 전해진다. 그러자 포르투칼 상인들은 일본과 본격적으로 교역을 시작했다. 임진왜란에서 조선군 패배의 주 요인으로 작용하는 조총 또한 이렇게 은을 통해 일본으로 들어오게 됐다.


임진왜란 당시 일본군 2군 사령관이었던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가 함경도를 목적지로 진공한 것도 단천은광을 손에 얻기 위해서였다. 그는 단천은광에서 대규모로 은을 캐서 전비에 보태겠다고 출전하기 전 히데요시에게 보고한 바도 있다고 전해진다.


1593년, 한성 이북을 다시 회복한 후 조선조정은 이 단천은광의 처분을 놓고 고심했다. 은을 활용해 전비에 보태야한다는 쪽과 악의 근원이므로 다시 폐쇄해야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하지만 전쟁으로 농토가 거의 파괴된 상황에서 조선이 다시 완전한 농업경제로 돌아가긴 틀린 상황이었기에 은광은 폐쇄되지 않고 더 늘어나게된다. 임진왜란 이후에는 민간경영 제한이 완전히 풀리면서 은광이 많이 생겨났다. 이래저래 조선과 동아시아 전체 역사와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셈이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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