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인호 기자] 현대중공업이 분할 법인 4개에 대한 신규ㆍ변경상장 카드를 꺼내 들면서 증권가가 일제히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16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전날 현대중공업이 장 종료 후 공시를 통해 현대중공업 존속법인, 전기전자(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건설기계(현대건설기계), 로봇투자(현대로보틱스) 등 4개 사업부의 인적분할 결정을 발표했다. 현대중공업은 서비스, 태양광 사업을 물적분할 방식으로 회사를 신설해 각각 현대로보틱스, 현대일렉트릭 자회사로 귀속시켰다.
현대중공업은 이들 4개 법인을 모두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중공업은 조선ㆍ해양ㆍ플랜트ㆍ엔진 등 존속 사업 부문은 변경상장하고, 전기전자, 건설장비, 로봇ㆍ투자 사업 부문은 3개 회사로 재상장한다는 내용의 상장예비심사신청서를 15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본부에 제출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들 신규 법인 3개에 대한 상장 시기를 내년 5월께로 잡고 있다.
증권사들은 현대중공업의 분할 법인 상장 추진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현대중공업이 사업분할로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정상화를 이루게 됐다는 이유에서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이 분할을 통해 추구하는 것은 모든 사업부의 독자생존과 효율적 성장"이라며 "선제적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으로 밸류에이션 정상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재무구조 개선을 통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동익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 사업부 분할ㆍ일부 매각은 채권단에 제시한 자구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자구안 이행의 마지막 단계"라며 "각각의 사업특성에 맞는 독자경영이 가능해져 경영효율성 향상과 대외 신인도 제고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현대중공업의 분할 결정은 지주사 체제로의 변화를 위한 포석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현대중공업이 보유 중인 자사주 13%와 핵심계열사인 현대오일뱅크가 현대로보틱스로 편입되면서 분할 후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오일뱅크 등 주요 사업회사를 연결 자회사로 두게 된다는 것이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향후 정몽준 대주주가 보유하게 될 현대중공업, 현대일렉트릭, 현대건설기계 지분을 현대로보틱스에 현물 출자하게 될 것"이라며"정 대주주의 현대로보틱스 지분이 10.15%에서 40%대로 늘어나고 최종적으로 지주사 체제가 완성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대미포조선-현대로보틱스-현대중공업-현대삼호-현대미포조선으로 이어지는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발생하는데, 이는 분할 후 6개월 내에 청산해야 한다"며 "이 경우 현대미포조선은 1800억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 확보가 가능해져 수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유인호 기자 sinryu00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