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집시법 개정안 발의…옥외집회와 시위 금지 시간·장소 놓고 극명한 의견차
[아시아경제 김보경 기자] 12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릴 예정인 가운데 여야가 '집회의 자유 보장' 문제를 놓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야당은 청와대·국회 등 주요 국가기관 인근에서 집회를 허용하는 법안을 제출한 반면, 새누리당은 야간 옥외집회 시간을 제한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12일 광화문 일대에서 3차 촛불집회가 열린다. 전국 각지에서 모인 참가자들로 주최 측 추산 최소 50만명, 광우병 촛불집회 이후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번 집회는 청와대 앞까지 거리행진이 진행될 전망이어서 정국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여야 정치권이 '집회 및 시위 관련법(집시법)' 개정에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간사인 윤재옥 새누리당 의원은 옥외집회·시위 금지시간을 '오전 0시부터 오전 6시까지'로 규정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2009년 헌법재판소가 '일몰 전이나 일몰 후'에 옥외집회를 금지한 집시법 10조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데 따른 입법조치다. 윤 의원은 19대 국회에서도 같은 법안을 발의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처리가 불발돼 현재까지 야간집회가 허용되고 있다.
윤 의원은 지난 9일 경찰청과 '집회시위의 자유와 헌법적 가치의 조화'를 주제로 국회에서 정책 세미나를 열어 법 개정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집회 기본권과 시민의 평온권, 생업권 등이 조화를 이루려면 조속한 법 개정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철성 경찰청장은 "밤샘 농성이나 심야시간대 집회 소음 등이 증가하면서 불만과 불편을 호소하는 국민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더불어민주당의 박주민 의원은 청와대, 국회 인근 등 집회·시위 금지 장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현행법상 국회의사당, 법원, 관저·공관, 외교기관 등의 100m 이내 장소에서 집회를 전면 불허하고 있다. 야당 관계자는 "국회나 청와대는 민의를 전달할 수 있는 곳이 돼야 하는데 그 앞에서 평화적 집회를 허락하지 않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국민 기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한편 최근 논란을 일으켰던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관련해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들도 이어지고 있다. 윤재옥 의원은 지난달 "평화적 집회·시위 문화를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 논의할 특별위원회를 구성해서 정치권이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으며, 인재근 민주당 의원은 집회·시위 현장에서 부상자가 발생했을 때 신속히 구호활동을 실시토록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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