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정권 허용 범위 견해 차 커..."시대적 조류 맞게 제도 개선 필요" 목소리 높아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해마다 중요한 시국 현안이 발생할 때면 공무원들이 나서 시국선언ㆍ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정부는 이를 불법으로 규정하면서 징계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공무원 참정권 인정 범위를 둘러 싼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변화된 시대적 조류에 발맞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와 관련 행정자치부는 10일 44개 중앙행정기관 기관장과 17개 시ㆍ도 단체장에게 공문을 보내 촛불 집회와 관련해 "공무원들의 복무관리에 철저해달라"고 요청했다.
행자부는 공무원들이 개인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촛불 집회에 참여하는 게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전국공무원노조 등 단체로 참가할 경우 국가공무원법 제66조ㆍ지방공무원법 제57조 등 집단행위 금지 의무를 어기는 행위다. 개인적 참여라도 '대통령 퇴진 요구' 등 집회 성격상 정치적 중립 의무를 위반하게 된다. 행자부 관계자는 "경찰의 채증 자료에서 위법 행위가 확인된다면 사후적으로 징계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국공무원노조ㆍ전교조 등 공무원단체들은 "합법적인 집회 참가를 막는 정부의 행위가 불법"이라고 반발했다. 박중배 전공노 사무처장은 "공무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업무와 관계없이 시국 현안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며 "휴일에 집회에 참가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라는 대법원의 판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전공노와 전교조는 이달 4일 공무원 1만7432명과 교사 2만4781명이 연명한 공동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대통령 하야를 주장했다. 이에 맞서 교육부는 시국선언문을 검토해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이 확인되면 징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공무원단체와 정부가 각종 대형 시국 현안을 놓고 '촛불집회ㆍ시국선언 대(對) 대량 징계' 등으로 맞서는 일이 연례 행사다. 전공노의 경우 2009년 시국선언 사건으로 당시 위원장과 지부장 등 간부들이 대거 중징계를 받았지만 법원 판결로 감면받아 복직하는 등 파동을 겪었다.
전교조의 경우도 최근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등 주요 시국 현안 때마다 수만명이 시국선언에 참여해 징계를 받는 일이 해마다 일어난다. 공무원들은 또 현행 법상 정당 가입이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는데, 2010년대 초반 일부 공무원들이 진보 정당 후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중징계를 받는 일도 있었다. 헌법재판소는 해당 조항에 대해 2014년 5대4로 합헌 결정을 내렸지만, 최근들어 전향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현실에 대해 공무원들과 시민사회에선 공무워들의 참정권 확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 사무처장은 "정치적인 중립 의무는 업무에 관해서만 준수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며 "정당 가입 허용과 공무외 집단행위를 금지한 공무원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조선 시대에도 임금이 잘못하면 관료들이 상소를 올리도록 허용했었다"며 "외국에서는 공무원노조에게 주요 정책 방향을 물어보는 등 국정 참여를 허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상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규정은 관권선거를 막기 위한 규정일 뿐 개인적인 정치 참여를 막기 위한 조항이 아닌데 정부가 오해 또는 과잉 해석하고 있는 게 문제"라며 "교사, 공무원은 어느 사회에서나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고 여론을 이끌어가는 주도 세력이다. 이들의 언로를 막으니 사회 전체가 지체 현상을 겪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최소한 공무원법을 개정해 미국처럼 직무관련 정치적 의무 준수 규정만 남기고 그 외의 것은 허용해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현재의 법이라도 최소한으로만 해석해서 적용하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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