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은 기자의 '스마트닥터'① - 우울증…술, 담배 피하고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올 가을 우울하다는 분들 많으시죠. 한 해가 저물어가는데 지난 봄·여름 한 것도 없고 간 곳도 없고, 점점 추워지는데 올해 크리스마스도 근사한 누군가랑 보내는 건 어렵겠지. 게다가 올해는 나라 안팎으로 온 국민을 우울하게 하는 소식 뿐….ㅠㅠ
이런 분들을 위해 정신과 전문의 박민성 원장께 찾아가 '우울증'에 대해 여쭤봤습니다. 따스한 가을 햇볕이 정신건강에 그렇게 좋다네요~! 함께 알아볼까요. 우울증의 모든 것.
- 우울증이 정확히 어떤 병인가요?
▲사람들은 대부분 기분이 나쁠 만한 일이 생겼을 때 기분이 우울해지죠. 이런 기분의 반응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겁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정상 기분으로 회복이 돼요. 하지만 우울증은 정상적인 기분 조절 능력에 이상이 생겨서 심각한 우울 증상들이 상당기간 지속되는 상태에요.
- 계절이 바뀌거나 갱년기, 출산 후 우울증에 걸리는 분들이 있다는데요. 구체적으로 우울증에 걸리면 사람 몸과 마음이 어떻게 변하나요.
▲ 모든 우울증은 어떠한 단일 요인보다는 다양한 생물학적, 사회적, 심리적인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발생하는 질환이에요. 즉 우울한 기분이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지장이 될 정도로 지속되거나, 무기력감 또는 피로감이 심해지는 경우에는 이를 우울증 증상이라고 볼 수 있죠.
우울증을 앓게 되면 평소에 흥미가 있던 일에 관심이 사라집니다. 잠이 오지 않거나 밥맛이 없고, 생리불순 같은 생리적 변화가 흔하게 나타나요. 또 매사에 부정적인 사고나 과도한 죄책감, 허무주의와 같은 사고의 장애도 보입니다. 이밖에도 불안함과 초초함 등의 증상도 동반되며 단계에 따라 두통이나, 복통, 근육통 같은 다양한 신체증상도 나타나요.
- 요즘엔 사람들이 다 우울한 것 같아요. ㅠㅠ
▲각박한 세상 속의 경쟁에 지친 현대인들의 ‘마음의 병’이라고 말하고 싶은데요. 미래가 불안하고 여유가 없어지다 보니 경쟁이 치열해지고, 그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이 곧 스트레스라는 화살로 되돌아 온 것이 아닐까요. 우리나라는 지금 ‘우울증의 시대’라고 표현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정도로 우울증 환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어요. 그 배경에는 심리·사회적인 요소가 많이 반영돼 있죠.
경제적 성장이 둔화되면서 일자리 문제나 양극화 문제 등이 전반적으로 현대인들의 스트레스를 가중시키는 요인이 되는 겁니다. 우울증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앓을 수 있는 병입니다. 오죽하면 우울증을 ‘마음의 감기’라고까지 할까. 숨기지 말고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본인의 의지와 노력이 중요해요.
- 주위에서 수군댈까봐 혹은 불이익을 받을까봐 마음의 병을 감추고 사는 분들도 있잖아요
▲과거에 비해 다소 개선되긴 했어요. 하지만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아직 남아 있는 듯하더군요. 우울증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다루게 되는 질환들에 대해 정신병이라는 말로 폄하하고, 개인의 의지나 역량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어요.
심지어는 도덕적인 잣대로 평가하기도 하고, 종교적인 문제로 곡해해 치료를 지연시키는 경우도 많아요. 이런 점들이 분명히 개선돼 치료를 받지 못하고 고통을 겪는 일이 줄었으면 합니다.
- 올 가을 우울하다는 분들, 어떻게하면 좀 나아질까요. 아침 햇볕 쬐며 산책 같은 걸 하면 괜찮을까요?
▲보통 광선치료는 계절성 우울증에 효과적인 치료법 중 하나로 꼽힙니다. 주로 기상 직후나 아침나절에 환자를 빛에 노출해 생체리듬을 정상화시키면 우울증에 효과를 가져 온다고 알려져 있어요. 그리고 잠자기 전 인위적인 빛에 노출되면 수면에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생체리듬이 망가져서 불면증이나 우울증을 유발할 수 있으니 조심하세요.
- 약도 먹어야 하나요?
▲우울증 치료로는 약물 치료가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어요. 이 외에도 자기의 생각과 행동 반응을 조절하는 연습을 하는 ‘인지행동치료’, 자기장을 두뇌로 전달해 뇌신경세포를 자극하는 ‘경두개자기자극법’ 등이 있죠. 약물치료에 반응이 없거나 자해위험 또는 음식거부가 심한 환자에게는 일시적인 전기자극으로 경련을 유발시켜 뇌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전기경련요법’을 쓰기도 합니다.
- 우울증을 예방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술, 담배 등을 피하고 규칙적인 운동과 식사를 하는 것이 좋아요. 이밖에 햇빛을 많이 쬐고, 자기만의 스트레스 해소 수단을 가지는 것도 도움이 많이 됩니다.
- 우울증 말고도 조울증, 공황장애, 틱장애, 강박증, 주의력 결핍…. 정말 요즘 정신병 전성시대같아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신질환은 사회심리적인 요인에 영향을 받아요. 시대의 변화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한 스트레스가 다양한 정신질환의 증가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됩니다. 생채기가 났을 때 연고를 바르면 낫듯이 마음의 병도 충분히 치료할 수 있거든요. 정신질환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줄여 치료의 문턱을 낮추는 것이 시급해요.
김신은 기자 kse@leader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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