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두리, 분석관 자격으로 대표팀 합류…선수들과 친화력 좋고 독일어로 깊은 대화 가능해 슈틸리케 감독-선수 간 소통 창구 역할 기대
[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지난 8일 서울월드컵경기장. 차두리(36) 축구대표팀 분석관이 등장하자 라커룸은 소란스러웠다. 손흥민(24ㆍ토트넘 핫스퍼)이 "두리 삼촌"이라며 달려들자 차두리는 쑥쓰러운듯 "저리가"라고 했다. 이내 서로 손을 맞잡고 어깨를 부딪혔다. 손흥민은 "그동안 차두리 형이 선수들을 도와주는 데 앞장 서 왔기 때문에 대표팀에서 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차두리는 이날 처음 분석관 자격으로 대표팀에 소집됐다. 그는 카를로스 아르무아 코치(67)와 함께 훈련코스를 돌아보고 지동원(25ㆍ아우크스부르크), 이청용(28ㆍ크리스탈팰리스) 등과 대화하며 적극적인 훈련 분위기를 유도했다. 패스 훈련 때는 주황색 조끼를 입고 선수들처럼 공도 찼다. 박주호(29)는 "대표팀 분위기가 첫 소집부터 굉장히 화기애애하다"고 했다. 유대우 대한축구협회 부회장(64)은 "선수들이 모두 다 차두리를 좋아하고 반겼다. 그래서 그런지 대표팀 분위기가 좋다"고 했다.
이 분위기는 그대로 경기력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표팀은 11일 천안종합운동장에서 캐나다와 친선경기를 한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하는 우즈베키스탄과의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다섯 번째 경기를 앞둔 리허설이다. 차두리는 벤치에 앉아서 대표팀을 도울 것이다. 차두리는 "지금 대표팀은 자신감을 찾는 일이 우선이다. 대화를 많이 유도할 것이다. 선수들이 편하게, 원활하게 경기할 수 있도록 내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차두리는 유럽축구연맹(UEFA) B급 라이센스를 가지고 있다. 대표팀 코치를 하기 위해 필요한 A급은 내년 2월에 딴다. 차두리는 이 문제로 어머니 오은미씨(60)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오씨는 "차두리가 '자격증이 없는데 어떨까' 고민하고 많이 생각했다. 아빠(차범근)도 옆에서 보면 걱정스러워 한다"고 귀띔했다. 차범근 2017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 월드컵 조직위 부위원장은 "나와 차두리의 성격은 다르다. 나보다 다양한 경험을 했고 유럽 축구에 관한 정보도 더 많이 알고 있다. 독일어도 나보다 잘한다. 대표팀에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차두리가 자격을 갖추면 그 다음 일은 아무도 알 수 없다.
차두리의 무기는 독일어와 친화력이다. 독일에서 자란 차두리는 울리 슈틸리케 대표팀 감독(62)과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해 감독과 선수 사이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 손흥민은 "차두리 형은 후배들을 잘 도와준다. 시너지효과가 있을것"이라고 했다. 기성용(27ㆍ스완지시티)은 "은퇴 후에도 기존 선수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 와서 어색하지 않다.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는 좋은 지도자가 될 역량을 가졌다. 지금은 나와 선수들 사이에서 교량 역할을 할 것"이라고 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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