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뉴욕=황준호 특파원] 9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금융주가 강세를 나타내며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이날 KBW 나스닥 은행 지수는 지난 2월 이후 처음 5%대 상승세를 나타냈다.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가 월가를 비난했어도 규제 완화를 외쳐왔다는 점을 주목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 월가의 저격수로 통하는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을 앞세워 월가의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우려도 사라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당선자가 산업 규제 완화를 선호하는 경향을 갖고 있으며 금융규제법인 '도드-프랭크법'을 비판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투자은행과 상업은행의 분리 등을 통해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마련한 금융개혁법이다.
WSJ는 또 공화당이 의회도 장악했기에 금융기관에 대한 소비자 금융 보호국의 감독이나 새로운 신의성실의무 등이 약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은행들을 대상으로 진행 중인 스트레스 테스트의 기준도 크게 완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트럼프 당선자가 승리 선언 연설에서 대규모 인프라 프로젝트를 언급한 것은 채권 금리를 부추겼다. 시장은 트럼프의 발언을 '재정 확대'로 이해했고 10년물 미 국채 수익률은 이날 2.07%로 전일 대비 20.3bp(0.23%포인트)나 상승했다. 이는 은행의 수익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대선 기간 월가는 힐러리를 지원한 반면, 트럼프를 '불확실성 맨(Mr. Big Uncertainty)'이라고 불렀다. 실제 대선을 2주도 남기지 않은 상황에서 미 연방수사국(FBI)이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을 재수사하자 뉴욕 증시는 9일간 추락하며 '트럼프 포비아(공포)'에 떨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확정된 지금 월가의 진짜 친구가 누구인지는 구분이 어려운 상태다.
뉴욕=황준호 특파원 reph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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