崔게이트 후폭풍에 美대선 불확실성까지…긴급회의 소집
[아시아경제 정현진 기자] 8일 오전 한국은행 기자실. 출입기자들 핸드폰에서 동시에 문자 알람이 울렸다. 해외 출장을 갔던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일정을 하루 앞당겨 이날 오전 급히 귀국한다는 내용이었다.
한은 관계자는 총재의 일정과 관련 "미국 대통령 선거와 최순실 게이트 등의 영향으로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총재가 일정을 하루 앞당겨 귀국하게 됐다"며 "오후에 곧바로 회의를 주재하면서 현안을 챙길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귀국 직후인 오후 3시 서울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금융경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한다. 이 회의에서 이 총재는 미 대선과 그에 따른 국내외 금융시장 동향을 점검하고 대응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 총재는 BIS회의에서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과 논의한 내용도 주요 간부들과 공유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이 총재는 지난 6~7일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국제결제은행(BIS)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한 뒤 9일 귀국할 예정이었다. 한은은 이 기간동안 별도의 회의는 열지 않고 국내외 금융시장의 변동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변동상황에 맞는 비상계획(컨틴전시 플랜)을 수립해 대응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국내외 경제상황은 이 총재가 일정에 맞춰 귀국할 만큼 느긋한 여유를 주지 않고 있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대통령과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이 사실상 공석인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내정됐지만 국회 인준 절차가 언제 개시될 지 불투명하다. 유일호 부총리도 교체가 예정돼 있어 주도적으로 나서기 곤란하다.
임 위원장은 전일 금융시장 상황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한국경제의 상황이 얇은 얼음을 밟는 것처럼 위태롭다(如履薄氷·여리박빙)"고 말했다.
한은 총재의 조기 귀국엔 중앙은행인 한은으로서도 이같은 상황에 두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최순실 게이트'가 발생한 직후 한은 간부들에게 "비상상황일수록 한은이 해야할 역할을 놓치지 않도록 정신차려 해야한다"며 한은의 적극적인 자세를 강조한 바 있다.
국내 경제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11일로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의 결정도 새삼 주목을 끌고 있다. 이번 금통위에선 미국의 연말 금리인상, 국내 가계부채 등의 영향으로 금리 동결 전망이 압도적으로 많지만 경제가 비상 상황인만큼 금통위원들의 판단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한국경제가 심각한 위기 상황이기 때문에 중앙은행 총재의 중심잡기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경제리더십의 공백상황을 이주열 총재의 급거 귀국이 조금이라도 메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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