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아시아경제 김형민 기자] 3쿼터 5분 46초를 남겨둔 시점. 인천 전자랜드 엘리펀츠 가드 박찬희(29)는 4반칙이 됐다. 교체가 불가피했다. 벤치로 향하는 그의 발걸음과 표정은 허탈해 보였다.
하지만 박찬희의 이날 농구는 끝나지 않았다. 4쿼터에 다시 코트를 밟아 거짓말처럼 전자랜드의 역전극을 만들어냈다. KGC와 경기 막바지 접전이 벌어졌고 결국 승리를 따내지 못했다. 하지만 박찬희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였다.
박찬희는 28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한 2016~2017 KCC 프로농구 원정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상대는 친정팀 KGC. 의욕이 넘칠 수밖에 없었다.
김승기 KGC 감독은 "전자랜드는 워낙에 박찬희 중심으로 돌아가는 팀 아닌가"라면서도 "박찬희가 의욕이 넘칠까. 그렇게 치면 한희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했다. 한희원은 반대로 전자랜드가 친정팀. 친정을 상대해야 했다.
유도훈 전자랜드 감독은 박찬희의 능력을 호평하면서도 한 가지를 경계했다. 유 감독은 "좀 절제를 시킬 필요는 있을 것이다. 박찬희의 다득점을 통해 이기는 것보다 그의 장점을 활용해 이기는 경기를 원한다. 무리해서 득점을 하려고 하면 전체 팀 플레이가 깨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출발은 좋았다. 박찬희는 전자랜드 공격의 대부분을 시작하는 역할을 했다. 박찬희의 패스가 곳곳에 연결됐다. 박찬희는 페인트모션 후 김지완에게 패스, 김지완의 3점포를 도왔고 박찬희-커스버트 빅터-이대헌으로 이어지는 공격도 이끌어냈다.
2쿼터에는 정영삼, 김지완과 함께 스리가드 전술을 수행했다. 잠시 무리한 골밑 돌파도 있었지만 팀의 중심을 잘 잡아가는 듯했다. 문제는 디펜스였다. 파울이 자꾸 나왔다. 박찬희는 골밑으로 파고드는 KGC 포워드, 가드들을 막아세우려고 가로막았지만 그 때마다 들리는 것은 심판의 휘슬 소리였다.
3쿼터에 결국 박찬희는 4반칙으로 코트를 떠났다. 구심점을 잃은 전자랜드는 KGC에 연이어 득점을 허용하면서 격차는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벌어졌다.
쿼터 중반 흐름이 뒤집혔다. 전자랜드가 빠르게 따라붙었다. 박찬희가 다시 들어오면서 달라졌다. 박찬희는 4쿼터에 다시 나와 코트를 누볐다. 4쿼터 3분5초를 남겨두고 외곽으로 패스, 정영삼의 3점포를 돕기도 했다.
연이어 KGC가 턴오버를 기록하는 사이 정영삼과 김지완 등이 3점슛과 미들슛을 던져 림을 갈랐다. 30.3초를 남기고 정영삼의 미들슛이 성공하면서 86-85 1점차 역전에 성공했다.
26.3초를 남기고 KGC 공격 상황에서 켈리가 이정현의 레이업슛을 블록했다. 주심은 파울을 선언했다가 비디오 판독에 들어갔고 블록이 인정됐다. 전자랜드의 승리로 끝날 것 같았던 경기는 다시 이정현이 돌파 후 골밑슛이 득점되면서 다시 KGC가 87-86으로 앞섰다. 전자랜드는 마지막 공격에서 득점하지 못해 결국 무릎을 꿇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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